문학평론가 김미현씨에 따르면 문학사에는 영원히,혹은 ''아직'' 시집이 하나뿐인 시인들이 있다.

윤동주 신대철 기형도 김중식….

국민대 국문과 교수 신대철(55)씨는 이제 그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게 됐다.

1977년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로 문학사의 중심에 진입한 신씨.

김씨는 그 시집을 읽을수록 두꺼워지는 책이라고 했다.

시인 신대철씨가 23년 만에 두번째 시집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문학과 지성사)를 펴냈다.

''제 죄를 모르시나요,제 땅에 악착같이 붙어있으려는 죽을 죄를 졌잖아요''라고 외쳤던 시인은 집없는 자 되어 ''한걸음 윗세상은 빈터 천지''라고 말한다.

''가을입니다/땅이 울릴수록 하늘은 한없이 올라가 푸르러집니다.

우리는 하늘위에 작은 얼음집 하나씩 지어놓고 하루에도 서너번 하얗게 앉아 있다 내려옵니다.

세상은 가을과 함께 깊어가고,이 세상의 깊이는 지금 우리의 깊이인지? 그 속에 누우면 아늑한 집인지? 불바닥인지 어디서 패랭이꽃만하게 소리가 트이고 있습니다''(얼음집 중)

강원도에서 화전을 일구고 살았던 신씨는 이번 시집에 다양한 여행 경험을 녹여낸다.

''시를 버려도 자작나무에 기대어 강줄기를 읽고 있는 저 사내가 걸어온 옥수수밭 서릿길이 보일까.

시를 버려도 넋놓고 사내를 바라보는 나를 한줄로 획 지우고 간 비행운을 기억할 수 있을까''(강가에서 중) 시인은 시를 버리지 않았으니 두번째 시집이 그 증거다.

문학평론가 김주연씨는 "자연친화를 갈망하던 시인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배신의 기록이 이번 시집"이라며 "그것은 자연에 의탁했던 인간의 개인적 사회적 절망"이라고 해석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