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림쩜,하이홈쩜,컴"으로 유명한 테크노필이 코스닥등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테크노필의 최재학(34) 사장은 법인이 뭔지,사업자란 말이 뭔지도 모르고 사업이란걸 시작한 순진한 사람이다.

겉보기에는 일반기업의 하급직원 쯤으로 앳돼 보이는데다 모든 사람에게 상사를 대하듯 겸손하게 대한다.

그가 코스닥등록을 눈앞에 둔 벤처기업사장이라는 말에 처음 본 사람은 놀라게 된다.

최사장은 96년 광고회사에 근무할때 인터넷이라는 신기한 세상을 만났다.

그리고 인터넷에 미쳐버렸다.

너무나 인터넷을 하고 싶었지만 전화선에 모뎀을 연결해 쓰던 당시 직장에서 그는 그토록 좋아하던 인터넷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그냥 1년을 실업자로 살았다.

놀기만 한건 아니다.

인터넷에 관해 시중에 책은 모조리 사서 읽었다.

영어로 된 책도 인터넷이란 글자만 들어가면 사서 읽었다.

아직까지도 미혼이지만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청년에게는 부담없는 방황이었고 모색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직 "인터넷에 모든 사람들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가게도 차려주자"는 의지만 갖고 사람을 불러모았다.

그래서 요즘 하이홈쩜컴(www.hihome.com)에 들어가면 온라인상으로 홈페이지를 쉽게 만들 수 있고 자영업자라면 인터넷쇼핑몰도 만들수 있다.

과거 정보가 차단되던 시절에는 불만이나 압력이 있어도 참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 의사표현,출판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돼 "정보가 물처럼 자유롭게 흐르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이 인간을 윤택하게 해주는 세상"을 꿈꾸었다.

당시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그의 이런 비전에 사람들이 공감했고 그의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한 97년 초창기에는 그럴 듯한 경영이념은 없었다.

"그저 버티며 먹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시절"이었다.

그러다 사람이 모이니 돈도 모였다.

현재 자본금만 35억원에 이를 정도다.

코스닥등록을 계기로 그는 이제 혼자 먹고 사는 "장사꾼"에서 직원들이 신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을 모으는 회사의 "경영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사장은 현실세계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행복을 기대치 대비 성취도라고 본다면 기대치를 높이는 정치인이나 시인 학자보다는 현실에서의 성취도를 높이는 일에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는 인생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에도 매일 "일이 재미있냐"고 입버릇처럼 묻는다.

직원을 뽑을 때도 그래서 능력보다는 성품을 중시한다.

일을 재미있게 할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사업이 뭔지도 모른 채 사업이란 걸 시작한지 3년이 지나면서 사업이라는게 신념과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업가는 어떤 역경과 위기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심장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유능한 경영자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경영권을 넘겨주고 어디선가 또 신기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본질적으로 "안주를 거부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끊임없이 새것을 모색하는 "영원한 벤처기업인"일 지도 모른다.

안상욱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