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기로에 섰다.

채권단은 현대가 지난 10월30일 1차부도를 내자 출자전환을 통한 경영권 박탈 등의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동아건설의 퇴출 결정과 마찬가지로 법정관리로 몰아가는 시나리오마저 준비하고 있다.

자구노력이 불충분하면 현대건설이라고 해서 퇴출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강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 자구노력이 관건 =현대건설의 위기는 추가자구안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데서 출발한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18일 연말까지 총 5천8백1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한다는 4차 자구안을 내놓았다.

이중 현재까지 실현된 것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정유의 지분을 팔아 1천6백10억원을 마련한 것 뿐이다.

당초 10월 말까지 실행키로 했던 8백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은 물건너갔다.

11월에 잡혀 있는 주식담보 외화차입 1천6백50억원과 아산재단지분매각 4백50억원, 이라크 미수채권 할인매각 1천3백억원 등도 실현이 불투명한 상태다.

금융계에서는 그나마 가능한 것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보유한 회사채의 출자전환(1천7백억원)과 정몽헌 아산이사회 회장의 사재출자 정도라고 보고 있다.

◆ 이번 주가 고비 =상황이 이러다보니 금융권에서 만기자금을 연장해줄 리 없다.

채권단에서 만기연장 합의가 됐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일제히 회수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이달중 은행 등 금융기관은 모두 1천4백억원을 현대건설로부터 회수했다.

현대건설의 자구안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자구자금이 금융기관으로 고스란히 빨려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이번 주말까지 약 2천2백억원의 어음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또 11월3일은 8천만달러(약 9백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일이다.

현대건설이 당장은 막을 수 있더라도 ''갈수록 태산''인 셈이다.

◆ 어떻게 될까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에 자구노력을 채근하고 있다.

채권단과 약속한대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출자전환과 정몽헌 회장의 사채출연을 하루빨리 실천하라는 것이다.

또 현대건설에 서산 간척지를 매각할 것도 추가로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0월30일 1차부도가 나기 직전 현대건설이 외환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외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이래서다.

자구노력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채권단에 손부터 먼저 내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자구노력이 끝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채권단은 비상대책도 마련중이다.

비상대책은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단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기존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이 1차대안이다.

출자전환에 대해서는 현대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채권단간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동아건설처럼 퇴출시켜 법정관리에 집어넣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연수 외은 부행장은 "아직 법정관리나 출자전환을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현대가 자체자금으로 막지 못할 경우 채권단협의회를 거쳐 처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정부도 현대건설이 자체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정기홍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현대건설의 자구노력이 부족할 경우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박탈하는 문제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