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11월12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0여년간 논란을 빚어오던 금융개혁법안(Financial Modernization Bill)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 글래스 스티걸법의 겸업화 금지조항 폐지다.
겸업금지 조항 폐지는 약 70년만의 변화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단시간내에 월가의 자금 흐름과 미국 금융업계 지도를 바꿀만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래스 스티걸법은 지난 1929년 주가대폭락 이후 대공황이 닥친 시기에 제정됐다.
금융 대혼란의 뿌리를 뽑는 동시에 향후 금융체제의 붕괴를 막고 고객을 보호한다는 목적에서 1933년 미국 연방의회에서 통과됐다.
글래스 스티걸법은 미국 은행법에 4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16,20,21,32조가 그것이다.
지난해 폐지된 것은 20조와 32조.
두 조항은 은행.보험.증권 업무의 겸업화를 금지하는 조항이고 16조와 21조는 고객보호 조항이다.
대공황 이전에는 상업은행이 증권업과 보험업을 겸업할 수 있었다.
한데 겸업이 화근이었다.
실례로 상업은행이던 JP모건은 고객들이 맡긴 은행과 보험 쪽의 돈까지 퍼내 주식투자에 나섰다.
주식투자에서 남긴 돈으로 다른 은행을 사들이는 식으로 덩치를 불려 나갔다.
이런 식의 파행 경영을 일삼던 미국 상업은행들에 29년의 주가대폭락은 치명타를 가했다.
대거 주식투자에 나섰던 상업은행들이 속속 나가 떨어졌다.
은행 시스템은 대혼란에 빠졌고 2만5천여개에 달하던 은행 수는 삽시간에 1만4천여개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루스벨트 대통령과 의회는 은행, 증권 및 보험업무 사이에 강력한 규제의 장벽을 쳤다.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대출 수신 등 은행의 고유 업무를, 증권회사는 주식인수 및 중개 등 투자은행 업무를 하도록 엄격히 선을 그었다.
이같은 장기간 규제가 지난해 11월 폐지된 것이다.
덕분에 상업은행인 시티코프와 보험그룹인 트래블러스는 대규모 합병을 통해 초대형 금융 지주회사인 시티그룹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시티그룹 아래 보험 증권 자산운용 은행업무 등을 하는 자회사를 떳떳하게 거느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대마불사(TBTF:Too Big To Fail)의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다시 금융혼란이 닥칠 경우 이같은 초대형 금융기관의 파산은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데다 파산을 막기 위해 엄청난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