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미국에서 도입된 일본의 독점금지법은 상당기간 일본의 비경쟁적인 전통,관행,제도와 상충됐다.

이러한 긴장관계는 기업간의 적정한 협력과 경쟁관계를 유지하여 수출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산업정책과의 우선순위 다툼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일본 정부는 직접적인 행정개입을 점차 지양하고 경쟁정책을 강화하여 경제효율을 제고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선회했다.

이후 일·미간의 자유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조정협의를 거치면서 경쟁준칙과 제도의 공정성,투명성이 더욱 확보됐다.

일본 경쟁정책의 개선방향에 대한 연구는 일본내에서 중견 경제학자와 법학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그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저서는 고토 아키라와 스즈무라 고타로가 공동으로 편집한 ''일본의 경쟁정책''(FKI미디어,2만2천원)이다.

편저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집필자들은 최근에 이르러 체계화된 신산업조직이론이나 유인 및 정보 경제학을 이용하여 일본의 공정거래제도와 정책방향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이들은 2년여에 걸친 분야별 연구와 공동세미나를 통해 일본의 경쟁정책 변천과정부터 카르텔 및 기업결합규제,부당한 거래제한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 현황과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 원자재가격 상승이나 통상마찰 등 외부충격이 있을 때 경쟁정책을 강화하여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이 책은 국내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우리나라 산업조직학계의 원로인 서울대학교 정병휴 명예교수에 의해 편역됐다.

저자들과의 수시 교류를 통해 생소한 용어들에 대한 친절한 주석을 달고 일본의 독점금지법 관계법률을 추가하여 원서보다 내용이 오히려 충실해졌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후학들을 위해 애써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윤창호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