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의 사재출연 등 추가자구안을 마련중이지만 3천1백만평에 달하는 서산간척지 처리방법을 놓고 채권단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측은 이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공시지가(3천4백억원) 수준만큼을 대출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는 반면 채권단은 아예 정부에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서산간척지가 현재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돼 절대농지로 분류돼 있어 매각이 어렵다는데 있다.

현행규정상 절대농지는 농민만이 매입할 수 있게 돼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용도변경이 필요하다.

현대측은 매각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기에는 또 가격문제가 따른다.

이 땅의 장부가는 공시지가의 2배 수준인 6천4백21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채권단에서 얘기하는 대로 공시지가대로 매각하면 현대측은 3천억원을 넘는 매각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공시지가의 60%선인 2천억원 정도에서 매입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이대로라면 매각손이 4천4백여억원으로 더 불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는 당장 현금확보가 시급한 만큼 시간이 걸리는 매각보다 이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추가 대출하는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채권단에서는 대출자금을 금융기관별로 배분하는 것도 어렵지만 최악의 경우 나중에 이 땅을 매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담보대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산간척지는 A지구(1천9백34만평)와 B지구(1천1백87만평)로 나뉘어져 있는 3천1백22만평 규모의 농지로 지난해의 경우 25만8천가마분의 쌀을 생산했다.

현대는 서산간척지의 담보대출 외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건설 회사채(1천7백억원)를 출자전환하는 등 사재출자를 포함한 자구계획을 마련, 이행할 예정이다.

정몽헌 회장도 9백91억원 상당의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해외자금을 유치하거나 이를 처분해 △현대건설 유상증자 참여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23.86%중 16%를 매입하는 등의 자구책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 퇴출문제를 다룰 채권단 회의에 앞서 빠르면 2일 귀국할 것으로 보여 채권단과의 협의결과가 주목된다.

현대는 이와 함께 유동성 조기 확충을 위해 정 전 명예회장이 소유한 현대자동차 지분(2.69%)을 담보로 해외자금을 차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현대자동차에 이 지분을 넘겨 주면서 다른 주식이나 자산 등을 함께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는 또 3일 만기가 돌아오는 8천만달러 상당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현금상환요구에 대비, 자금확보에 나서는 한편 대부분 해외투자기관들인 소유기관들에 상환요구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