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판정 작업 결과가 3일 발표된다.

2백87개 부실징후기업중 약 2백30여개가 회생의 길을 걷게 됐고 나머지 50개 정도는 퇴출된다.

그러나 퇴출이라고 해서 신규여신이 즉각 중단되고 기업실체가 없어지는 청산절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청산과 법정관리(기업정리절차) 외에도 매각 합병 사적화의 등을 통해 처리되는 기업도 있다.

50여개가 순식간에 완전퇴출되는게 아니고 각자 형편에 맞게 정리의 길을 밟게 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50여개중 30여개는 법정관리와 청산을 통해 정리된다"고 밝혔다.

지난 98년 5월 1차기업 퇴출때는 55개사가 정리대상이었다.

◆ 청산 =매각하거나 정리할 수 있는 자산들을 처분해 대금을 채권단이 나눠 갖는 방안이다.

잔여 처분액은 주주들에게 준다.

사업 실체가 사라지고 직원승계도 되지 않는다.

전 과정이 채권단과 채무기업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법원주도하에 회사를 정리하는 ''파산''과 다르다.

채권단들은 기업을 청산해 신속하게 채무를 상환받지만 청산결정과 동시에 자산가치가 급락, 상당한 손실을 입는다는게 결점이다.

현재 워크아웃중이거나 법정관리, 사적화의중인 기업중 상당수가 청산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 법정관리 =일단 법원 주도로 회생작업을 시도하는 절차다.

영업을 계속하도록 법원이 보호막을 치는 것이다.

다만 대주주의 경영권은 감자(減資) 등을 통해 박탈된다.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신청 자체가 거부당해 청산절차에 들어가기도 한다.

또 회생가능성이 있어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진 기업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영업력이 떨어지거나 경영환경이 악화돼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

법정관리로 회생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지난달 9일 미주실업(워크아웃 중단업체)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올초부터 법정관리 요건을 강화하고 과감히 조기퇴출 조치한다는 정부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법원으로서도 채권단들이 워크아웃을 통해 회생하려다 포기한 기업을 다시 회생작업에 넣을 이유가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2백36개사가 법원 주도하에 채무상환이 동결된채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다.

서울지법에만 65개사가 있다.

서울지법은 올들어 한국벨트와 경동산업 청구주택 고려원양어업 등 11개사를 조기퇴출시켰다.

◆ 제3자매각 =채권단이 사업체를 매각하고 대금을 채권비율에 따라 나누는 방안이다.

채권단과 채무기업에 매우 바람직한 방안이지만 채권단으로부터 ''회생불능'' 판정을 받은 기업을 통째로 살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 합병 =채무기업을 업무영역 등에서 관련을 갖는 그룹 계열사에 합병시키는 방안이다.

1대 1 합병보다 흡수합병되는 경우가 많다.

1차 구조조정때는 55개 기업중 8개사가 계열사에 합병되는 식으로 정리됐다.

◆ 사적화의 =채권자들이 채무기업에 채무상환유예 채무탕감 출자전환 등의 혜택을 줘 기업을 회생시키는 과정이다.

채권단들끼리 기업을 회생시킨다는 점에서 워크아웃과 비슷하나 워크아웃은 금융기관들이 만든 기업구조조정 협약에 근거, 채권금융기관중 75%만 찬성하면 회생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강제성을 띤다는 점에서 사적화의와 다르다.

지난 97년 동신 한주통산 진로그룹 계열 6개사 등이 사적화의에 들어갔다.

정부는 부실기업을 확실히 정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적화의로 가는 기업 역시 많지 않을 전망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