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취재여록] 실패한 '시장자율'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2일 저녁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극비리에 만났다.

    수행비서도 퇴근시킨 후 단신으로 모처에서 이제 막 미국에서 귀국한 정 회장을 만났다.

    3일 일부 언론에서 이를 두고 ''조건부 회생 합의''설로 보도하자 금감위는 즉각 부인에 나섰다.

    이 위원장과 정 회장이 모종의 합의를 했다면 이는 ''채권단에 의한,채권단을 위한,채권단의 퇴출기업 판정''이라는 대전제가 깨지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정부는 부실판정 기준만 제시하고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판정하게 된다"고 강조해왔다.

    ''시장자율''이라는 대전제를 꼭 지키겠다는 의지를 누차 반복했다.

    금감위측은 오전 9시께 기자실에 들러 부산하게 해명자료를 돌렸다.

    처음에는 이 위원장이 정 회장을 만난 사실 자체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다 기자들이 위원장을 찾아가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에는 "조건부 합의사실은 없다"며 한발 뒤로 뺐다.

    그러나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현대건설주는 상한가를 쳤다.

    이 위원장이 "현대건설에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대건설에 대한 매수주문은 끊이질 않았다.

    ''시장자율''을 외치던 정부의 시장개입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에 가이드라인만 주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세가지 기준외에도 10여개 항목의 세부판정기준을 비공식으로 전달했다.

    지난 21일에는 채권은행들 앞으로 공문을 발송했다.

    느슨하게 부실판정을 하지 말라는 경고장이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뜻을 따르지 않는 일부 은행들은 앞으로 검사·감독을 강도높게 해서 그만한 불이익을 받도록 해주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정부가 공식·비공식적으로 개입한 데에는 정부의 ''관치 습관''도 있지만 금융기관들의 박약한 ''자율의지''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나 금융기관이나 모두 관치의 타성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요원한 것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달러 막히자 구리·커피로 바꿨다… 다국적 기업의 '현물화 탈출' [글로벌 머니 X파일]

      최근 무역 거래 현지에 묶인 자금을 구리나 커피콩 등 원자재로 우회 회수하는 이른바 ‘현물화’ 전략이 다국적 기업의 생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흥국의 구조적인 달러 고갈이 임계점에 달하면서다. 글로벌 무역 35조 달러 돌파21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교역(재화 및 서비스)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35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신흥국 외환 시장의 기능 상실로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창출한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못하는 이른바 '트랩드 캐시(갇힌 현금)'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트랩드 캐시는 다국적 기업이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해 합법적인 영업 활동으로 이익을 창출했지만 본사로 돈을 이체하거나 배당금 형태로 본국에 송금하지 못하고 장부상에 강제로 묶여 있는 자금을 뜻한다. 해당 국가의 극심한 외화(달러) 부족, 환율의 단기적 급변, 중앙은행의 강압적인 자본 유출 통제하면서다.이런 유동성 마비는 달러 결제 의존도가 높은 항공업에서 선행 지표로 나타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사들이 자본 통제로 회수하지 못한 억류 자금은 지난 10월 기준 12억 달러에 달했다. 이 중 93%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집중됐다.관련 현상이 가장 극심한 곳 중 하나가 나이지리아다. 다국적 기업과 현지 은행들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에 현지 통화인 나이라화를 예치하고 정당하게 달러 환전을 요청했지만 중앙은행이 달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쌓인 미결제 외환 의무인 이른바 'FX 백로그'가 국가 경제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올라예미 카르도소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2024년 로이터통신

    2. 2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내이사서 물러난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이 20일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최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이사회 운영 논란으로 비화하자 절차적 논란을 끊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한국앤컴퍼니는 이날 경기 판교 본사 테크노플렉스에서 이사회를 열고 기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의결에 따라 한국앤컴퍼니는 박종호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사임 배경에는 소액주주와의 송사가 자리 잡고 있다. 앞서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는 조 회장이 구속 중 거액의 보수를 수령했다며 50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주주연대에는 과거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도 참여하고 있다. 조 전 고문은 2023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 매수를 시도했으나 조양래 명예회장의 지원을 받은 조 회장에게 밀려난 바 있다. 이 소송과 별개로 수원지방법원은 지난달 25일 조 전 고문이 지난해 5월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에서 원고(조현식)의 손을 들어줬다.이처럼 법정 공방이 거세지자 조 회장이 회사 경영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용단을 내렸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직 사퇴 이후에도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역할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양길성 기자

    3. 3

      아마존, 월마트 제치고 年매출 첫 세계 1위

      아마존이 전통 유통업의 강자 월마트를 제치고 연간 매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1994년 온라인 서점 사업을 시작한 지 32년 만이다. 다만 월마트가 신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내년엔 1위 자리를 다시 빼앗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19일(현지시간) 월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7132억달러(약 103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아마존이 발표한 지난해 매출 7169억달러보다 37억달러 적은 수치다. 아마존이 연간 매출 기준으로 월마트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로써 월마트는 2012년부터 지켜온 세계 매출 1위 기업 자리를 아마존에 내줬다. 아마존은 2019년 세계 기업 매출 9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들었고, 2023년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중국 국영 전력회사인 국가전망공사(SGCC)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월마트와 아마존은 글로벌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월마트는 전 세계에 매장이 1만 개 이상 있는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전역의 4700여 개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e커머스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매달 방문객이 27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e커머스 업체다. 월마트가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아마존은 슈퍼마켓 업체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다만 유통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월마트가 여전히 세계 매출 1위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을 제외하면 지난해 아마존의 유통 부문 매출은 5880억 달러에 그친다. 반면 월마트는 매출 대부분이 유통사업에서 나온다.두 공룡은 인공지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