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제2차 부실기업 정리가 일단락됐지만 이것으로 한국경제의 앞날이 탄탄해졌다고 보는 이는 없다.

우리경제는 대규모 기업 퇴출에 따른 중소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신용경색,실업 증가 등 이미 불거지기 시작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성장엔진까지 만들어내야하는 이중과제를 안고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더 이상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만큼 여유가 없다고 단언한다.

어느 하나라도 잘못될 경우 다시 재기할수 없는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다.

기업 금융권 정부 소비자(국민)등 경제주체들이 현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하고 앞으로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지,그 과정에 도사리고있는 과제와 리스크는 무엇인지 심층 점검해본다.

부실기업 정리 작업이 마침표를 찍음에 따라 ''한국 경제호(號)''의 발목을 잡아 온 최대 난제는 외형상 일단 제거됐다.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한국 경제불안의 진앙지는 부실 기업''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터이고 보면 ''2차 퇴출''이 갖는 의미는 크다.

물론 이번 조치의 ''함량''에 회의(懷疑)를 나타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이런 반응은 한국 정부와 채권단이 진정 걸러내야 할 환부들을 ''대마(大馬)''라는 이유로 덮어두었다는 실망으로 요약된다.

어쨌든 한국 경제의 회생을 위한 작업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산 대상으로 분류된 기업들은 조속히 정리 작업을 마무리지음으로써 국민적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법정관리로 넘어가 ''패자 부활''의 기회가 주어진 기업들은 철저한 자구 노력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자생력을 되찾아야 한다.

회생 작업의 주역이 돼야 할 기업들이 특히 짊어져야 할 몫이 많다.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온 자산 매각이나 외자 유치 등 재무체질 개선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외형 지상주의에 내몰려 스스로 약화시켜온 수익체질을 되찾는 일도 급선무다.

아스팔트플랜트 전문업체인 스페코가 한라중공업의 플랜트 부문을 작년 말 인수한 뒤 거둔 구조조정 성공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회사는 외형 위주의 저가 수주를 벗어던지고 내실 위주로 돌아섬으로써 1년도 안돼 흑자 기반으로 돌아섰다.

정부 등 외부 환경의 개선 및 지원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선 기업금융 경색 해소가 관건"이라며 "금융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기업들이 현금보유 확대,투자유보 등 보수 경영을 펼칠 수밖에 없어 소기의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마지막 주사위는 던져졌다.

오랜 진통을 겪어야 했던 이번 작업을 교훈 삼아 시장 기능을 조속히 정비,부실 기업 퇴출을 포함한 모든 문제가 정부 당국의 개입이 아닌 ''시장''에 의해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