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명단 발표가 있었던 3일.

현대건설 주가는 개장초부터 초강세로 출발해 장이 끝날 때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투자자들이 역시 대마불사(大馬不死)쪽에 베팅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어 오후 4시.

드디어 기다리던 부실기업 판정의 뚜껑이 열렸다.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에 대한 판정은 "조건부 회생.

"결국 "부실 빅3"중 동아건설만 법정관리로 결정된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국계 금융기관 등에서는 즉각 "부실한 부실판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좀더 흘러 이번엔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의 입에서 사뭇 다른 톤의 멘트가 흘러 나왔다.

진 장관은 "현대건설이 자구계획안을 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으며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현대건설이 자구계획안을 내던 말던 이제부터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였다.

재경부의 한 국장이 그 의미를 이렇게 해석해줬다.

"그동안은 외환은행이 나서서 자구계획이 충부하다,미흡하다고 평가하고 개입했다. 하지만 이제는 공이 현대측에 완전히 넘어갔다"는 것.

자구계획이 어떻게 됐든지 문제가 생기면 현대가 혼자서 알아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현대건설에 퇴출에 준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인지 금융감독원 관계자에게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그동안 현대건설에 4차례나 속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자구계획안을 수정,제시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지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현대는 지난달 31일 1차부도를 냈을때도 정부에 손을 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지원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2일 급하게 연락해 온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게 "정부는 원칙대로 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현대건설은 오는 7일 열리는 전체 채권단 협의회에 또다시 추가자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