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 사이트를 운영하는 G사의 L사장은 지난 2월 "제 3의 인터넷 사이트를 광고하는 퀴즈 사이트"라는 제목의 특허 출원 제안서를 들고 정은진(30) 변리사를 찾아왔다.

일반 기업체나 쇼핑몰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내용을 퀴즈로 만들어 이를 맞추는 네티즌에게 상금을 주는 아이디어에 대해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를 받으려 했던 것.

하지만 정 변리사의 손을 거치면서 L사장의 아이디어는 "게임을 이용한 인터넷 사이트 광고방법 및 시스템"으로 바뀌어 특허출원됐다.

다른 사이트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퀴즈뿐 아니라 전자메일 등 다양한 "광고방법 및 시스템"을 사용해도 특허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정 변리사는 "고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특허 출원을 받아냄으로써 권리를 보호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서울대 제어계측학과를 수석졸업한 그는 현재 김.장특허법률사무소에서 컴퓨터 인터넷 통신 관련 업무를 다루는 전자팀에 근무하고 있다.

요즘엔 인터넷을 통한 지불.결제 시스템 등 비즈니스 모델 관련 특허 출원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그는 "업무 특성상 서류작업이 많아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의 여성들이 도전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특허청에 등록한 여성 변리사는 96명.

전체 변리사 9백35명의 10%를 약간 웃돈다.

이경란 이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안소영 다래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등이 실력있는 여성 변리사로 꼽힌다.

지난해말에는 특허청 사상 최초의 여성 특허심판장(김혜원 심판장.국장급)도 탄생하는 등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 무슨 일을 하나 =특허권 의장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의 인가와 특허 출원 업무 등을 대행해 준다.

특허관련 분쟁이 생기면 소송을 통해 발명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일도 담당한다.

변리사들은 대부분 생명공학 반도체 저작권 등 자기만의 특화된 업무영역을 갖고 있다.

특허를 받기 원하는 고객이 찾아오면 변리사는 우선 발명품의 설계도나 성분,신기술이나 BM의 특징 등을 파악한다.

이미 유사한 제품이나 기술, BM 등이 등록되어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정 변리사는 "다른 사람들의 지적 재산권을 위해 뛰는 "서비스 도우미"가 바로 변리사"라며 "무엇보다 자신의 전공 분야 지식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기 일"을 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일을 한 만큼 성과가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성취감도 크다고 그는 강조했다.

<>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변리사는 법과 기술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이공계 전공에 인문 계통에 관심이 높거나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 가운데 이공계 학문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적당하다.

지난해 변리사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81명중 78명(96%)이 이공계 출신이었다.

정 변리사는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저널 잡지 논문 등을 꾸준히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들어 미국 일본 등 해외 특허를 받기 위한 국제 출원이 증가하고 있어 능숙한 외국어 실력도 변리사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꼽힌다.

최소한 3개국어는 읽고 쓰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정 변리사는 조언했다.

<> 변리사가 되는 길 =변리사 자격시험은 1.2차로 나눠 실시된다.

특허법 상표법 민사소송법 등 법률 과목과 화학 전자 기계 등의 전문 영역중 한 과목을 택해 시험을 치르게 된다.

변리사들은 특허법률사무소에 몸을 담거나 기업체 사내고문역할을 맡는다.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어느정도 경력을 쌓인 변리사는 특허청 심사관으로 일할 수도 있다.

변호사는 특허청에 변리사로 등록만 하면 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지난해 변리사 시험 경쟁률은 85대 1로 다른 자격시험 못지않게 높은 편이다.

변리사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정부는 매년 합격자수를 10%씩 늘리고 있다.

지난해 변리사 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약 22%.

공인회계사(CPA) 여성 합격율(15%선)에 비해 높았다.

사회가 점점 다양화되고 전문화되어감에 따라 지식재산권과 특허관련 업무는 일반기술과 제품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등 적용 분야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