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GE 회장(65).

그를 지구상 최고의 CEO(최고경영자)중 한명으로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여름 주주들과의 대화에서 그는 "GE는 한사람의 것이 아니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고 많은 이익을 낼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로 예정됐던 그의 퇴임 후 GE를 걱정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런 말도 곁들였다.

"나의 전임자였던 훼지널드 존스는 퇴임 후 일절 경영에 간섭하지 않았다.내가 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년동안 꼭 한번 내 사무실에 들렀을 뿐이다.그분이 나의 모델이다"

후임자에게 경영을 완전히 맡기겠다는 선언이었다.

지난달 초엔 퇴임 후 사용할 사무실까지 임대해 놓았다.

그러던 그가 전격적으로 ''퇴임연기''를 발표했다.

사유는 세계최대 항공부품회사인 하니웰의 인수작업.

"GE사상 최대의 합병작업이 잘못되면 회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퇴임을 ''내년말''로 늦춘다는 설명이다.

"경험많은 내가 이럴 때 회사를 떠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정말 회사를 위한 마지막 봉사일까.

아니면 골프를 빼곤 가장 즐거운 일이라는 ''회장직''에 대한 집착일까.

미국 재계에선 지금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분분하다.

실적이 나쁜 CEO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풍토에서 능력만 있으면 회사를 오래 이끌 수 있다는 게 찬성논리다.

하지만 약속위반은 그동안 쌓았던 화려한 명성을 잃게 할수도 있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행동''이란 비난까지 들린다.

심지어 퇴임연기를 위해 하니웰을 인수한다는 소문도 있다.

물론 GE 내부만 흔들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회장 후보군''들이 현 회장의 퇴임연기에 모두 동의하는 등 겉으론 평온하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하니웰 인수에 그가 꼭 필요하다는 얘기는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중엔 그만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따라서 ''내년말 퇴임''도 그때 가봐야 안다는 소리까지 공공연하게 나온다.

조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톱(Top)''이란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기 힘든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