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시발점''이라며 범세계적으로 축제 분위기에서 시작된 2000년도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세계재계의 이목은 미국의 글로벌 소매점체인 월마트(Wal-mart)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최대 매출액을 올리는 기업으로 군림해 왔던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가 올해 ''1위''에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리 오래라고 할 수 없는 38년의 역사를 지닌,아칸소주 로저스라는 미국 벽촌 중에서도 벽촌에서 출발한 로테크(Low Tech)업체가 세계 최대 기업으로 부상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월마트의 부상 의미는 과연 무엇이고 이는 어떤 미래를 예고하는가.

◆거대기업들의 판도 변천사=매출액 기준 세계기업들의 순위는 미국 경제전문 격주간지인 포춘지의 ''포춘500대 기업''이 가장 권위가 있을 것이다.

이 순위는 1954년 실적을 바탕으로 55년 첫 발표한 이래 45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동안의 순위 변천을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GM이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다는 것이다.

52년 당시 찰스 윌슨 GM회장이 미국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미국에 이로운 것은 GM에도 이롭고,GM에 이로운 것은 또한 미국에도 이롭다"고 말한 데서 느껴지듯이 GM은 ''미국경제의 대표''로 여겨져 왔다.

둘째는 50년대 대부분의 상위를 차지했던 석유 철강 자동차 타이어 곡물 유제품 등 자원 채취 또는 중화학공업계 업체들이 대거 탈락하고 대신 컴퓨터 반도체 통신업체 등 첨단 기술업체들과 시티그룹 AIG 등 금융회사 등이 상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이러한 자리 교체가 갈수록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점이다.

다만 최상위 세 자리는 지난 80년대 말이래 10년 이상 줄곧 GM과 포드,엑슨모빌 등이 차지하고 있다.

◆월마트의 부상 의미=월마트의 부상은 무엇보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생겨나기 시작한 중산층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경제사학자들은 중산층의 존재를 20세기의 특이한 현상으로 파악한다.

인류역사는 줄곧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양분돼 있었지,중산층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생산성 향상과 대량생산,대량소비 그리고 소득이 증대되면서 중산층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월마트는 구매력과 소비성향이 증대된 중산층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월마트는 또한''세계화''가 만개했음을 뜻한다.

월마트의 전체 매출액 중 절반은 해외에서 실현되고 있다.

그런데 월마트의 세계화는 소련이 해체된 지난 90년대 초 이후 추진됐다.

세계가 각종 장벽들로 막혀 있던 냉전시대 같았으면 월마트의 이같은 급성장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특히 월마트는 각각의 현지 소비자들에게 맞는 제품 구색을 글로벌 조달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현지 소비자들을 쉽게 파고들 수 있었다.

반면 세계 각양각색 사람들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제조업체들에 있어 세계화는 ''해외시장 점유''라는 공격적 의미보다 ''경쟁자의 급증''이라는 수세적 의미가 더 강했다.

그러나 월마트 부상의 최대 의미는 뭐니뭐니해도 제조업의 상대적 몰락에서 찾을 수 있다.

선진국 공산품 가격은 지난 반세기 동안 내리 하락세였다.

이는 1,2차 세계대전으로 세계의 수많은 생산시설이 파괴돼 마음껏 가격을 올려 부를 수 있었던 50년대와 달리 이젠 거의 모든 제조업분야가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제품도 너무 많아 이제는 제조업체들의 브랜드인지도 제고를 통한 풀(pull) 전략,즉 유통경로에 자기 제품을 억지로 밀어넣지 않고도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사 제품을 찾게 만드는 유인작전이 통하지 않고 있다.

제조기술도 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은 특정 제조업체의 브랜드 제품을 찾기보다는 유통업체들의 PB(사적 브랜드) 제품에 갈수록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선 벌써 몇년 전부터 ''제조업에 미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신동욱 전문위원.경영博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