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PwC컨설팅코리아 컨설턴트들의 도움을 받아 "산업별 e비즈니스 전략"과 "e기업변신"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물은 앞으로 10회에 걸쳐 e비즈 전략을 산업별로 소개하고 동시에 인터넷으로 인해 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그 대응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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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섭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촉발된 위기가 진정되는 듯 했으나 최근 "대마"로 여겨지던 거대그룹 계열사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이거나 주식시장 침체로 자금 조달이 경색되어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원인은 과거의 기업 운영방식이 새로운 e-비즈니스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빚을 줄이고 차입이 아닌 주식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기업의 경쟁력이란 자신의 핵심 역량을 정확히 인식해 선택한 핵심 사업에 집중할 때 얻어진다.

이런 움직임은 신경제 체제하에서의 선도 기업,즉 e-비즈니스 기술의 선도자인 시스코 시스템즈사와 패션 리더인 베네통사 등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기업은 e-비즈니스의 진전과 함께 기업간 네트워크 및 비즈니스 공유라는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일구어냈고,그에 힘입어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갔다.

이런 협력은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스피드와 연결성을 통해 인사,구매,관리,회계 등 각 기업의 비핵심 역량을 합작투자 혹은 전략적 제휴 형태로 아웃소싱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미래의 기업 구조는 점점 더 네트워크화를 이뤄나갈 전망이다.

또한 기업들은 핵심 역량에 집중된 프로세스별 기업군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를 기업의 입장에서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e-트랜스포메이션(기업 변신)이며,이는 전략의 주요 포인트가 개별 기업의 경쟁위상 차원에서 네트워크로 옮아감을 의미한다.

이는 전통 기업이 탈자본화(decapitalization)하는 추세와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물리적 자본에 크게 의존하는 피라미드 형태였다.

기업의 자본을 물리적 자본,운영 자본,인적 자본,브랜드 자본으로 구분할 때 지금까지 기업들은 거대 물리적 자본에 바탕을 두어왔다.

물리적 자본이란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인 생산 기지,물류 센터,금융기관의 지점,병원 또는 건강관리 시설,소매 점포,통신 인프라,CATV 시스템 등 매우 다양하며 기업들은 이러한 물리적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노력해 왔다.

즉 국내외 경영 체제 구축,공급 사슬의 간소화,생산 판매 물류의 통합,프로세스 표준화,관련 기술의 적용,비즈니스 성과의 개선 등이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나 최근 극적인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e-비즈니스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피라미드 모양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은 더 이상 시장에서 우월한 성과를 얻지 못하게 됐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기초한 기업도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객 욕구에 대응하고 있지만,이들의 기업 가치는 e-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e-비즈니스 기업은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으며,보다 효율적으로 자본을 활용하고 있다.

과거의 피라미드 기업은 역삼각형 기업,곧 브랜드 소유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전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조달에서 유통까지 기업 전체의 가치 사슬을 기업 스스로 소유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비핵심적인 물리적 자본 활동을 아웃소싱해 기업은 소규모의 물리적 자본을 지닌 브랜드 소유 기업으로 변모될 것이다.

이런 브랜드 소유 기업을 중심으로 외부의 아웃소싱 파트너들과 연결된 네트워크가 구성될 것이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는 브랜드 소유 기업에 수요사슬과 공급사슬은 물론이고 재무,회계,기술,인적 자원 등과 같은 경영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물리적 자본 비중이 줄어들고 아웃소싱이 늘어나는 것은 바로 운전자본 비중을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브랜드 소유 기업은 자신의 고유한 설계 디자인과 브랜드만 소유할 뿐 부품 생산,최종 조립 등을 아웃소싱하며 거의 어떠한 생산 설비도 보유하지 않는다.

생산을 한다고 해도 매우 전문화된 조립이나 아웃소싱 네트워크로부터 조달된 부품이나 시스템에 대한 단순 조립 차원에 머물 것이다.

생산 관련 프로세스를 네트워크를 통해 조달할 경우,생산에 사용되던 막대한 양의 자본은 브랜드 개발,고객 관리,공급사슬 관리 등 산업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에 투입될 것이다.

아웃소싱 경향이 반드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최근 들어서는 규칙 자체가 변하고 있다.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과거의 기업경영 원칙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표준원가나 재무성과 지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비즈니스 경영 환경하에서는 조달된 자본을 생산,운송,물리적 기반 확충 등에만 사용하는 것은 전략적이지 못하다.

생산량,재고,자산 회전율 등과 같은 전통적인 성과 지표들도 이제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대신 신속한 제휴 추진,아웃소싱 관리,브랜드 확보가 기업의 성과를 재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다.

외환위기,자산 매각,인터넷,e-비즈니스 등이 지난 3년간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겪어온 변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이다.

기업들은 그 과정에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하는 한편,인터넷에 적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e-비즈니스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기업들은 경쟁력의 핵심이 무엇인지,그리고 인터넷이라는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인터넷과 신기술은 비즈니스 방식의 근본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피라미드형 모델은 역삼각형 비즈니스 모델로 바뀌어 가고 있다.

기업은 보다 철저히 자신의 핵심 역량에 집중해 이를 사업화하고,비핵심 부분은 새로운 부가가치 네트워크로 형성해 나간다.

단순한 인터넷사업 기회의 추진이 아닌,이러한 전략적 방향 설정이 새로운 경제체제 하에서의 변화 대응,즉 e-트랜스포메이션이다.

향후 기업의 가치와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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