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 ''예찬''(현대문학북스)이 번역됐다.

투르니에는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패러디한 장편 ''방드르디,태평양의 끝''으로 유명한 작가.

1924년 파리에서 태어나 독일 튀빙겐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 43세 때 첫 소설을 발표했다.

고려대 불문과 김화영 교수가 번역한 이번 산문집은 인간과 자연을 예찬하는 내용이다.

예찬은 숭고한 것을 마주함으로써 인간 자신의 왜소함을 극복하는 행위.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을 들으면 나 하나의 슬픔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과 같다.

투르니에는 ''한마디 우아한 말,어떤 장엄한 풍경,심지어 지옥처럼 웅장한 공포 앞에서 완전히 손들어버리는 것,그것이 바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투르니에가 예찬하는 대상은 문신에서 도박,술,잠까지 다양하다.

다음은 도박을 찬미하는 부분.

''젊은 도박꾼이 전재산을 잃고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는 "명예롭게 네 의무를 다하라"며 권총 한 자루를 내주었다.

아들은 말없이 총을 들고 나갔다.

아버지는 고통스럽게 총소리를 기다렸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튿날 아들은 금화 자루를 들고 돌아왔다.

"아버지가 주신 권총을 팔아 카지노에 갔습니다.

돈을 따고 또 땄습니다"''

투르니에는 젊은이의 무모함을 칭찬하며 인간은 희망의 노예일 수밖에 없다고 말을 맺는다.

모든 실패에는 다시 만회할 수 있다는 약속이,모든 파산에는 일확천금에의 확신이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우연에 몸을 맡기는 일.

도박꾼은 삶에 대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고 투르니에는 말한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