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만 성사되면 2002년부터 흑자 경영이 가능합니다"

신호그룹 계열로 지난 9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철관의 박용준 법정관리인은 회사의 앞날을 낙관하고 있다.

수도권 상수도 공사 확대 등으로 강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국내외 강관업체들이 잇따라 인수 의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관리인은 "법정관리라는 패자부활전에서 반드시 승리함으로써 채권은행과 종업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11·3 기업퇴출 조치로 법정관리가 결정된 업체는 모두 11개사.

이미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던 업체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다지 충격은 크지 않았다.

다만 ''부실기업 조기 정리''라는 전반적 분위기에 휩싸여 법원이 회생 절차를 깐깐하게 요구하거나 법정관리를 중단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일반적으로 법정관리업체의 정리 계획안은 △청산형 △독자 회생형 △제3자 매각형 등 세 가지로 구별된다.

청산형으로 작성될 경우 이른바 ''빚잔치''를 통해 기업이 공중 분해된다.

그러나 이번 11개 업체는 대부분 독자 회생이나 제3자 매각을 통해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동양철관의 경우 M&A(인수 합병)로 활로를 찾고 있는 케이스다.

강관 사업으로 연매출 1천억원 이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고 채권단으로부터 일정 부분 채무 면제와 출자 전환을 받아 원매자를 물색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9월 법정관리가 개시됐으나 절차상의 하자로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한 세계물산의 경우 독자 회생형이다.

이 회사는 오는 23일 정리계획안을 최종 인가받는대로 구조조정에 착수,당장 올 하반기 흑자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바쏘 엔클라인 옴파로스 등 의류 분야의 톱 브랜드를 갖고 있는데다 탄탄한 영업망을 활용한 매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채권단과 협상이 진행중인 출자 전환 및 자본 확충 규모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흑자 전환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동아건설의 전격적인 법정관리 결정으로 유탄을 맞은 대한통운은 독자 생존이나 제3자 매각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일단 법원으로부터 재산보전 처분을 받아내 시간을 번 뒤 회생 전략을 짜겠다는 복안이다.

영업 실적도 괜찮아 올해 3백억원 이상의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6일 국회 답변에서 "법원에 대한통운의 청산을 신청하겠다"고 ''실언''한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액(7천억원)의 일정 부분만 감면해주면 충분히 회생 가능한데 청산이 웬말이냐"며 "시간을 두고 좋은 조건에 매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강변했다.

작년 7월 법정관리 인가 결정을 받은 청구는 최근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잇따라 특허 출원에 성공한 ''고순도 수소'' 제조공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고순도 수소는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업종 등의 대체 에너지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돼 오는 2005년께 4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98년 이후 정체 상태를 보였던 건설 수주도 올 하반기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지난 9월까지 1천7백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으며 연말까지는 3천억원까지 가능하다는 것.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