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는 조장연(44) 나리지*온 사장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다.

그가 살아온 인생 자체가 바로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국내 업체들이 실리콘 반도체 생산에만 주력하던 1988년 화합물 반도체 산업에 뛰어 들었다.

화합물 반도체의 하나인 갈륨비소(GaAs) 반도체가 초고속 광통신, 무선이동통신 등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기술로 향후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였다.

먼저 기술력을 확보하는게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직원 2명을 일본의 관련 회사에 보내 제조 기술을 배우게 했다.

양산 장비는 중고품을 사다가 그가 직접 개조해 사용했다.

화합물 반도체 생산준비 1년여만에 무선데이터 통신에 쓰이는 "갈륨비소 적외선 소자"를 개발했다.

그러자 나리지*온을 경쟁업체로 여긴 일본 기업들이 가격 덤핑에 나섰다.

시장의 신규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는 가격 인하경쟁에 나서기는 커녕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비로 투자했다.

모토로라 전자통신연구소 KAIST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을 축적해 갔다.

조 사장의 이런 노력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토로라 에질런트 에버라이트 고덴시 등 초대형 기업들이 이 회사의 주고객이다.

이 회사의 갈륨비소 적외선소자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시장의 20%를 차지했고 올해는 30%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동통신기지국의 전원공급장치에 쓰이는 송수신용 갈륨비소 파워 렉티파이어(정류기)는 미국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독점공급하고 있다.

그는 현재 이동통신용 반도체의 핵심부품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이동통신단말기에서 고주파 송.수신에 쓰이는 갈륨비소 MMIC를 생산하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말 전북 익산에 갈륨비소 MMIC 설비가 완공되면 시험생산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