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한파로 한국을 떠났던 고가 해외 패션브랜드들이 속속 되돌아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7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IMF이후 사라졌던 영국의 런던포그 이탈리아의 까날리등 28개 브랜드가 다시 등장했다.

이는 전체 퇴출 해외브랜드의 90%선에 이르는 것이다.

나라별로는 이탈리아가 15개로 가장 많고 미국 영국 각 3개등 순이었다.

상품별로는 여성복이 18개로 1위에 올랐다.

남성복에서도 수입브랜드 복귀가 붐을 이루고 있다.

올 가을에 새로 선보인 14개 가운데 9개가 퇴출됐던 브랜드다.

아직 퇴출중인 D&G,CK 등도 한국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초까지는 IMF로 퇴출됐던 해외브랜드의 대부분이 다시 진출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브랜드가 이처럼 잇따라 회생하고 있는 것은 고가제품의 수요증가에 맞춰 국내업체들이 인지도가 높은 해외브랜드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퇴출 해외브랜드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이유=중저가 국산품보다 수입고가품이 불경기를 덜 탄다는 것을 우선 꼽을수 있다.

수입 고가시장은 IMF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회복도 빨랐다.

이같은 현상은 수입품 시장이 고객층을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퇴출 브랜드가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신생 브랜드를 들여오기보다는 이름이 알려진 퇴출 브랜드를 활용하는 게 위험부담을 줄일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하기가 편하다는 점도 퇴출 브랜드가 선호되는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는 외국브랜드의 경우 한국쪽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최근들어 외국회사들은 대금지불방법이나 점포개설조건,상품납기일 등 거래조건을 결정할때 한국측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브랜드의 시장 공세 강화=수입브랜드들은 파트너를 바꾸고 진출형태를 변경,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브랜드는 한국의 에이전시로 대기업을 선호했었다.

삼성물산이나 롯데백화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문 중소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르고 있다.

미국의 DKNY는 삼성물산에서 전문업체인 IK엔터프라이즈로 파트너를 바꿨다.

독일 스트레네세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가나통상으로 제휴선을 변경했다.

직수입만 해오던 브랜드가 한국에 생산권을 주는 라이선스 형식으로 진출형태를 바꾼 사례도 있다.

DKNY가 그 대표적인 사례.

DKNY는 3년전까지 미국에서 전량수입됐으나 올해부터 전체상품의 50%이상을 한국에서 만들고 있다.

◆국산 브랜드가 사라지고 있다=해외브랜드가 부상하면서 국내브랜드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올 하반기들어 경기부진이 장기화조짐을 보이자 의류전문업체들은 부실 브랜드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 10월 성도의 NND,다그라피의 다 등 10여개 브랜드가 퇴출됐다.

신규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도 늘고있다.

시선인터내셔날과 수인터내셔날은 6개월이상 준비해온 내년 봄 신규브랜드를 포기했다.

"올 겨울을 고비로 5∼6개 브랜드가 또다시 사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패션시장에 해외브랜드 전성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