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가 내세우는 대외정책 기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평화와 자유무역,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한 미국의 지도력 행사가 큰 줄기를 이룬다.

그러나 각론에선 두 후보간에 적잖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어 후보는 적극적 개입에 의한 포용을 주장하는 반면 부시 후보는 미국의 국익이 있을 때에만 개입한다는 소극적 입장이다.

대신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를 펼 것임을 부시 후보는 공언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이대우 박사는 "민주당이 주로 ''당근''을 사용하는 반면 공화당은 ''채찍''을 좀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술적 측면에서 민주당은 경제적 지원을,공화당은 군사적·경제적 압력을 좀 더 구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같은 입장차이는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책에서 두드러진다.

고어 후보는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적인 대북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부시 후보가 당선되면 지금보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어 후보는 페리보고서를 근간으로 대북한 포괄적 접근을 차분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어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고 클린턴 대통령이 연내에 방북할 경우 북한과의 수교도 급류를 탈 전망이다.

부시 진영도 당장은 대북 강경방침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부시 진영은 미사일과 핵,테러 등의 현안에 보다 단호한 원칙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시의 핵심 참모인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의 ''북한보고서''가 ''페리보고서''대신 채택될 경우 대북 강경노선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미티지 전 차관보는 대량 살상무기 개발국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을 ''불량국가''명단에서 빼는 것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화여대 박준영 교수는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위변화에 대한 논의에 쐐기를 박고 북한이 눈에 띄는 양보를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식량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며 좀더 가시적인 평화 움직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