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방치되고 있어 갈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국내부실보다 더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현재 대내외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뚜렷한 대책도 없어 자칫하면 우리의 대외신뢰도도 손상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 국부손실 왜 일어나나 =외환위기 이후 정책당국과 관련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사실상 방치해 두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해외자산 관리에 신경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위기국가들은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인식해 ''대외자산 구조조정 대책반(FARU)''을 설치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해외에 투자한 자산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해외투자 자산을 가능한한 빨리 매각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나 기업이 내놓은 통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 어떤 문제가 있나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국부손실이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투자한 해외자산의 약 20% 정도는 이미 손실이 난 상태"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대외자산을 감안하면 약 30조원 정도가 손실이 났다는 의미다.

이처럼 많은 손실이 발생하면 우리의 대외신뢰도에도 손상이 갈 우려가 있다.

유럽의 피치 IBCA와 미국의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해외자산의 재무위험을 국가신인도 평가에 중요한 잣대로 삼기 때문이다.

기존에 구축해 놓은 글로벌 인프라와 수출기반이 침식당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의 한 임원은 "우리 기업은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해외에 다시 진출하려고 해도 기존에 다른 기업이 투자한 자산이 방치되고 있어 투자대상국을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 대책은 없나 =현 시점에서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결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해외자산을 추스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 해외자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과 채권단이 ''해외자산 구조조정 대책반''를 만들어 해외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해외매각자들이 믿을 수 있는 해외자산 통계도 정책당국이 빨리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주먹구구식 통계로는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싶어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