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조흥 외환 평화 광주 제주 등 6개 비우량은행의 생사를 가릴 은행 경영평가위원회의 평가작업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극비리에 진행됐다.

8명의 경평위원들은 지난달 24일 경기도 용인소재 수출입은행 연수원에서 합숙에 들어가 7일 최종 평가결과를 확정했다.


합숙장소, 경평위원 명단, 평가진행상황 등 일체가 비밀이었다.

경평위원으로 김병주 위원장(서강대 교수) 외에 윤정규 삼일회계법인 전무, 손상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행 추천), 김대환 인하대 교수(노조 추천) 등이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당초 지난달 28일까지 평가를 마치려 했지만 기업퇴출 작업 지연으로 열흘가량 늦어졌다.

금감위는 각 은행이 경영정상화계획에 △자본확충계획 △부실채권 정리계획 △수익성 제고계획 △향후 경영.영업전략 등 4개 부문을 담도록 했다.

여기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자본적정성), 고정이하 부실여신비율(자산건전성), 총자산이익률(수익성) 등의 분기별 목표비율도 포함됐다.

경평위는 이를 토대로 실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따져 본 것이다.

경평위가 가장 주목한 부문은 부실기업 정리로 인한 은행의 추가손실 부분.

공적자금을 요청한 한빛 광주 제주 평화은행은 어차피 독자생존이 어렵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금융지주회사 편입이 불가피한 수순이다.

하지만 조흥 외환은행이 문제였다.

BIS 비율이 8%를 웃돌고 공적자금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은행이 각각 쌍용양회와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추가손실이 예상되는 점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대출금이 7천억원에 달하지만 5천7백억원이 담보.보증여신이어서 추가 대손충당금은 1천5백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BIS 비율은 0.5%포인트 가량 떨어진다.

경평위는 외환은행이 대주주인 정부와 코메르츠의 증자 6천억원, 일반공모증자 3천억원, 외환카드 지분 매각 등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대건설의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 후순위채 3천억원, 외환카드 매각지분 확대(31%→51%) 등 추가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흥은행은 쌍용양회에 대한 여신이 3천억원 미만이며 이미 4천억원 이상의 담보를 확보했다.

쌍용양회의 정상화 가능성이 현대건설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돼 독자생존 판정이 가능하게 됐다.

추가 대손충당금은 1천억원 미만으로 분석됐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