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54) 제43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황태자"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부친이 전직 대통령이며 할아버지는 은행가이자 50년대 코네티컷주 상원의원을 지낸 전통있는 정치명문가에서 태어났다.

바로 아래 동생인 젭 부시는 현재 플로리다 주지사다.

부시 일가는 텍사스주의 알아주는 갑부 집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선거자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돈이 넘쳐났다.

미국 언론들은 이런 부시를 가리켜 "사상 최고의 조건을 갖춘 대통령 후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부시는 어렸을 때부터 그리 튀는 인물은 아니었다.

주위의 어느 누구도 부시가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부시 자신도 "나는 한번도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를 꿈꾼 적이 없었다"며 "어린 시절 꿈은 흑인 야구천재인 윌리 메이스같이 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대통령이 되라"는 기대를 부담스러울 만큼 많이 받고 자랐던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는 대조적이다.

부시는 집안 덕을 톡톡히 본 것은 자명하다.

그는 명문 예일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나오긴 했지만 이 또한 집안의 후광효과가 많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순 없다.

실제로 그는 대학 졸업 후 40세에 이를 때까지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냈다.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나서기까지는 5년동안(89년~94년) 프로야구단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를 맡은 게 주요 이력일 정도다.

그의 "늦깍이" 정치 인생은 지난 95년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98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텍사스 주지사에 재선되면서부터 8년만에 백악관을 탈환할 공화당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했다.

부시는 "타도 민주당"을 외치며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지는 바람에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의 복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대기만성형" 황태자가 이웃집 아저씨같이 소탈하고도 솔직한 이미지로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따낸 것이다.

물론 공화당 대선 후보로 당선된 후에도 여러가지 단점이 불거져 나왔다.

가장 큰 급소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그는 그동안 국제문제를 비롯해 국정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외국 지도자의 이름을 혼동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부시가 TV토론 등에서 고어와 맞붙게 되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유능한 참모진이 버티고 있었다.

딕 체니 부통령 후보를 비롯해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을 보좌하던 베테랑들이 대부분 그의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 때문에 환경문제에서 정보통신에 이르기까지 박학다식을 자랑하는 고어에 비해 지적능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상당히 상쇄했다.

또 세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도 솔직함을 무기로 예상외의 선전을 보여 오히려 지지도에서 고어를 앞섰다.

막판에는 음주운전 경력이 폭로되기도 했으나 그의 상승세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그는 77년 텍사스 미드랜드 출신인 부인 로라와 결혼,쌍둥이인 두 딸을 두고 있다.

교사출신인 로라 여사의 "조용한 내조"도 부시의 대선 가도에 큰 힘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