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르네상스를 이룩하자"

사양산업으로 치부돼 왔던 섬유업종의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높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선봉장이었던 지난 70년대의 명성을 회복해 보자는 주장들이다.

섬유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여전히 매력있는 업종이다.

석유 양모 등 원자재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뒤 이중 3분의 2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부가가치를 높인 섬유제품은 수출채산성을 높이는 첩경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주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출방식에 의한 중.저가 범용품의 대량생산에 치중해, 경쟁력이 둔화되고 있으며 첨단핵심기술 및 디자인.패션의 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환경변화에 신축적인 대응이 곤란했고 소비자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기획 능력이 부족했다.

이 결과 생산품목이 특화되지 못해 범용품의 과당경쟁 요소가 상존해온 것도 사실이다.

또 국내 섬유산업의 신소재, 염색가공 등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핵심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고 원사, 직물, 의류, 패션업체간 정보 및 기술교류 등 섬유관련 업종간 협력체제 미구축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단순제품의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경쟁력 유지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단순한 시스템운용기술이나 방사기술에 의존하는 범용섬유제품들은 단기적 차원에서는 환율 등의 이득으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투자가 쉽고 인건비가 싼 동남아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탓에 섬유산업의 재도약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그 키워드는 바로 ''고부가가치화''다.

의류용 섬유의 고급화와 더불어 첨단 산업용 소재로 쓰일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섬유개발도 본격화돼야 할 것이다.

패션산업의 선진화도 시급한 과제다.

똑같은 재질로 만든 옷이라도 유명브랜드가 붙으면 가격은 천문학적인 차이가 난다.

이와 더불어 패션과 디자인 인재육성에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섬유산업의 정보화도 중요하다.

생산.유통체계의 비과학화, 과다물류비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자 주도의 대량생산 시스템 방식에서 정확한 수요예측에 근거하는 기획생산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QR(Quick Response:신속반응생산)와 기획제안형 생산이 속히 정착돼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대학 및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현장감각의 균형을 갖춘 창의적인 고급인력을 양성, 현재 첨단산업화를 위해 국내 섬유업계가 안고 있는 제문제를 해결한다면 섬유의 르네상스는 21세기에도 가능할 것이다.

한양대학교 기능섬유팀의 김병철 교수는 "현대 산업구조의 다양성을 고려해 볼 때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이란 있을 수 없다"며 "섬유산업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양적증가는 물론 고급화되므로 향후에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