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급락하고 있는 것은 자금흐름의 왜곡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시중에 돈은 많지만 곳곳이 위험자산이어서 안전한 국채로만 돈이 몰리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1.3 퇴출기업 발표후 국고채 금리는 우량은행의 대규모 매수에 힘입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의 마비상태는 해소될 기미조차 없다.

지표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체감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시장 여건으로 미뤄볼 때 이같은 금리 양극화는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 하락세가 당장 기업 자금난 해소 등 실물쪽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금리 안정기조가 지속될 경우 시차를 두고 회사채 주식시장 등 전체 자금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국고채 하락세 및 배경 =지난 6월초 연 8.82%에 달했던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줄곧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지난달 1일 연 7.59%까지 떨어졌다.

자금시장의 최대악재로 꼽혔던 퇴출기업 발표 이후엔 하락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10일에는 한때 연 7.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국고채금리 하락 요인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우량채권에 대한 초과수요.

시중자금이 우량은행으로 몰리고 은행은 이 돈으로 안전한 국고채를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국고채와 통안채 등 우량채권의 발행물량은 지난 9월 이후 두달간 2천6백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이원근 굿모닝증권 채권브로커는 "국고채 물량이 부족하다보니 금리가 추가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단기적인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매수세까지 가세하면서 금리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둘째는 자금시장의 불안감이다.

기업퇴출 등으로 회사채에 대한 부도리스크가 더욱 부각돼 금융기관들의 국채 선호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의 개선이다.

고공비행을 하던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전날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대로 안정되고 성장률은 5∼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회사채시장은 꽁꽁 =국고채시장의 열기와 대조적으로 회사채시장은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일부 초우량기업을 제외하곤 신규발행은 커녕 거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자금경색 현상에 따른 기업의 부도리스크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급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당장 11월 3조8천억원, 12월 9조8천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

내년에도 1월 3조8천억원, 2월 5조7천억원, 3월 5조2천억원 등 만기물량이 산더미처럼 대기하고 있다.

◆ 금리하락과 주가 =국고채금리가 비록 실물경기를 반영하지 못하지만 주식시장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SK증권의 김준기 연구위원은 "금리하락으로 국고채에 대한 기대수익이 낮아져 풍부한 시중자금이 고수익을 찾아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위험성이 높은 회사채보다는 주가가 크게 하락해 기대수익이 높아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