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들의 "버티기"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비즈니스와 벤처전반에 걸친 불황과 돈가뭄이 심화되면서 닷컴기업들이 수익원 창출에 힘쓰는 한편 생존기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체제를 갖추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나긴 "혹한기"를 견디고 "호시절"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살아남고 봐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닷컴기업들이 몰려있는 테헤란밸리에서는 "생존기간 계산"이 유행이다.

회사의 보유자금과 월평균 손실을 놓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를 따져보는 것이다.

여기에 ''살아남기''전략의 두가지 방향이 나타난다.

보유자금을 늘리는 것과 손실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선두벤처를 포함해 너도나도 ''버티기경영''에 들어서면서 벤처들의 모험정신이 퇴조하고 닷컴M&A(인수합병)시장 침체를 가중시키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비용절감=인터넷카드 1위업체인 레떼(www.lettee.com)는 이달초 전체 임직원의 50%를 감원하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달 40여명에 달하던 직원이 절반으로 줄었고 두 층의 사무실을 한 층으로 줄였다.

또 서초구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인터넷공간인 ''프리존''을 무기한 폐쇄하는 등 비수익성 사업은 모두 접었다.

김경익 레떼 사장은 "내년말까지 한국경제의 불투명한 여건과 자금흐름 경색 등이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이번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이번 조치로 앞으로 2년간 안정된 닷컴경영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보유자금확충=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달말 직원들을 대상으로 1백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돈의 성격에 조건을 붙였다.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하는 이사회에서 이 자금은 단지 ''비축용''으로 신규사업 진출,자회사 설립 등 ''투자''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은 "한국 경제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콘텐츠관련 서비스회사인 I사는 최근 제3자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20억여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발행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좋지않은 조건으로 최소한의 ''버티기용''자금만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침체의 악순환 발생=닷컴비즈니스의 침체는 기업들이 ''버티기''에 급급하도록 몰고 가고 이는 다시 닷컴의 불황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올초만 해도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 선두업체들의 인수나 동종업계간 합병 등 닷컴간 M&A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인터넷비즈니스가 성숙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매물은 쏟아지고 협상은 진행되고 있으나 실제로 성사되는 경우는 드문 게 현실이다.

가격차가 크고 인수할만한 기업이 적은 탓도 있지만 ''버티기''전략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