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석 < PwC 전략그룹 이사 >

부가가치커뮤니티(이하 VAC)의 형성에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B2B e-비즈니스 혁명이다.

산업간 융합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화학 산업에서 B2B 혁명과 VAC 형성 모습에 대해 살펴보자.

화학산업은 제약 석유 가스 전기 등 다른 산업과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고 제품들이 특성에 따라 매우 상이한 경쟁 양상을 보여준다.

이로인해 제품별로 B2B e-비즈니스 모습 역시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폴리에틸렌(PE)이나 염화비닐수지(PVC)같은 범용 제품들은 국제적 품질 표준이 있고 다수의 공급 및 수요 업체가 얽혀있어 B2B 거래가 비교적 빠르게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기초 및 정밀 화학 제품 등은 소수의 제조 업체에 의해 장기계약으로 공급되고 있어 시장이 활성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산업 전반에 걸친 e-비즈니스의 진전으로 이러한 제품들도 결국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다.

B2B 전문 리서치 회사인 포레스터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화학 제품 온라인 거래는 매년 82% 이상 성장하여 2004년에는 2,664억달러에 달해 전체 거래의 17%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e-비즈니스는 화학산업을 크게 변모시킬 것이다.

연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나일론실 생산-섬유염색-직물생산-창고저장-소매상유통까지 걸리는 6주의 생산주기는 앞으로 직물주문-염색된 나이론 생산 및 직사-직물생산-고객 직송 등의 6일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됨으로써 처리과정과 소요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는 것이다.

고객이 인터넷상에서 원하는 직물을 직접 디자인하면 제조업자는 이를 토대로 나일론 염색 및 직사를 통해 직물을 생산한 다음 수일 내로 고객에게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e-비즈니스를 통해 기업은 전사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장의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는 고객 대응이 가능해 진다.

화학 산업에서 B2B 모델을 구축하려는 초기 시도들은 주로 소모성자재구매와 e-마켓플레이스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인터넷 상에는 다양한 화학 제품 e-마켓플레이스가 운영되고 있다.

벤트로사가 운영하는 생명공학 전문 켐덱스(Chemdex)를 비롯, 케매치(CheMatch), 사이퀘스트(SciQuest), 이케미컬스(e-Chemicals), 켐커넥트(ChemConnect) 등이 있다.

듀퐁이나 이스트만과 같은 업체들은 컨소시엄 형태의 독자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거나 독립 e-마켓플레이스에 지분 참여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화학 e-마켓플레이스는 기존의 고객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선진 제조 업체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많은 공급 및 수요 업체들이 선도 업체들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들 e-마켓플레이스들은 B2B 거래 뿐만 아니라 화학 시장정보, 제품 카탈로그 및 DB,제3자 구매 파이낸싱 및 물류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강력한 파트너십과 솔루션 통합을 통해 유사 업종 e-마켓플레이스와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례로 벤트로는 켐덱스를 포함한 생명공학, 푸드서비스, 에너지 및 화학 플랜트 장비, 특수 의료 제품 등의 유사 e-마켓플레이스를 통합 운영하는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복잡한 시장의 경쟁 구조가 변모됨에 따라 화학 산업에서도 보다 역동적인 VAC 구축이 가능해진다.

VAC가 구축되면 화학 제품을 재료로 사용하는 고객 기업은 어떤 VAC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경쟁력이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동시에 여러 개의 VAC 관리만을 전담하는 화학 회사도 등장하게 된다.

B2B e-비즈니스 혁명을 통해 거래 비용과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존의 복잡한 산업구조는 단순한 산업구조로 변모된다.

세계적 화학 회사인 다우케미칼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성장 사업 집중 등을 통해 "제조업체"에서 "과학 및 솔루션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비전을 설정한 것은 화학 산업의 변모를 설명하는 좋은 예가 된다.

B2B 혁명을 통해 등장하는 VAC는 국내 업체들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

구조조정을 통한 생존이 더 시급한 국내 기업들에 B2B 혁명을 얘기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를 읽고 스스로의 역량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노력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기회라 하겠다.

jinseok.park@kr.pwc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