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실리콘밸리'' 방갈로르 커닝햄가(街)에 위치한 미국의 다국적 컴퓨터 업체인 HP(휴렛팩커드) 인도본부(법인명:HP인디아 소프트웨어 오퍼레이션).

이 본부 빌딩 4층 소프트웨어(SW) 개발실은 내부 벽면과 칸막이 벽 할것없이 온통 ''Quality(품질)''라는 단어로 뒤덮여 있다.

''Think Quality(품질을 생각하라)'' ''Talk Quality(품질을 논의하라)'' ''Achieve Quality(고품질을 이뤄내라)'' ''All for Quality(고품질 달성을 위한 모든 것)'' ''Quality March(고품질 행진)''….

기업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품질경영 표어들이 망라된 느낌이다.

HP 인도본부가 품질에 대해 이토록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전세계에 팔려 나가는 HP 제품내 솔수션 60% 이상을 이곳에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벰파티 법인장).

특히 HP의 향후 주력 분야인 ''e비즈니스 솔수션'' 개발은 80%를 인도에서 담당한다.

1천1백여명의 연구원이 있는 인도 SW센터가 세계 대표적 IT(정보기술) 기업인 HP 제품 품질을 통째로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인도를 자사의 ''SW개발 사령부''로 활용하는 업체는 HP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모토로라 베리폰 오라클 등 인도에 자체 SW본부를 두고 있는 2백개 외국 IT기업들 대부분이 최근 인도에서의 SW개발 비중을 늘리고 있다.

다국적 가전 업체인 필립스가 특히 두드러진 경우다.

이 회사는 SW 개발을 인도에서 총괄한다는 방침아래 방갈로르에서 이미 가동중인 6백여명 규모의 SW센터와는 별도로 1천2백여명의 연구원이 들어갈 10층 규모의 새 SW센터를 추가로 건립중이다.

전세계 무선 지불솔수션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의 베리폰은 실질적인 솔루션 개발기능을 인도(연구인력 2백여명)로 모두 넘겼다.

본사인 미국 샌타클래라와 텍사스에 R&D(연구개발)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연구 기획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델리 등 3개 지역에 1천1백여명의 연구원이 있는 미국 통신업체 모토로라는 오는 2004년까지 연구 인력을 무려 5천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MS는 하이데라바드 지역의 연구센터 인력을 지난해의 4배인 2백여명으로 늘렸다.

인도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도 ''인도 기능''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는 올해안 2백20여명의 엔지니어수를 3백여명으로, 삼성전자는 90여명인 연구원을 1백50명 규모로 키우기 위해 추가 채용을 계속하고 있다고 김규출 삼성전자 인도연구분소장은 밝혔다.

다국적 IT업체들이 이같이 인도를 자사의 ''SW개발 총괄본부''로 키우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

저임금과 고품질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 인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건비는 미국의 최저 10분의 1 수준이지만 SW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최항준 LG소프트인디아 총괄이사)

실제 인도공과대학(IIT) 및 인도과학원(IIS), 엔지니어링 전문대학, IT 전문교육원 등 1천9백여개의 교육기관에서 매년 7만3천5백여명의 IT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월 5백달러면 이들 대졸 엔지니어들을 바로 데려다 쓸 수 있다.

인도 정부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SW를 외국으로 수출하는 SW개발법인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하고 개발 장비를 무관세화하는 한편 STP(소프트웨어기술단지)를 통해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외국기업에는 큰 유인책이 되고있다"(크레이그 베리폰 인도연구소장)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의 인도 SW센터들은 그동안 노하우를 활용,본사에 필요한 SW 공급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기업의 SW 개발을 대행해 주는 자체 수익사업에 나서는 양상이다.

방갈로르 HP센터의 경우 이미 아마존 월마트 등 외부 기업에 대한 SW개발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방갈로르.델리=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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