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효서씨가 산문집 ''인생은 지나간다''(마음산책)를 펴냈다.

물동이,양변기,의자,주전자,연필 등 주위의 사물에 얽힌 단상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생활 주변의 사소한 물건을 ''인생이란 물살 위의 징검다리''라고 하며 그에 얽힌 추억담을 펼쳐놓는다.

1959년 강화도에서 태어난 구씨가 ''테레비''를 ''친견''한 것은 1960년대 말.

장롱문처럼 생긴 것을 밀치고 모습을 드러낸 ''테레비''는 무슨 커다란 소눈깔 같았다고 작가는 회상한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청동거울(銅鏡)은 유리 거울과 성능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유리에 수은을 처음 바른 사람은 아마 유리에 되비치는 제 모습을 보고 기절했을지 모른다.

완벽하게 반사된 모습.

"아,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유치환 ''깃발'')이 아니라 "누구인가 수은을 맨 처음 유리에 칠할 줄 안 그는"이 맞을 것이다''

구씨는 해상도 높은 유리 거울이 많이 나와있음에도 요즘 사람들이 거울에서 보는 것은 자기로부터 소외된 추상화된 모습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전화 사진 등 문명의 이기라고 할 물건에 대한 작가의 첫인상이 담겨 있다.

''돌아보면 더욱 애틋한 사물들.언젠가 싹을 틔워 소설의 숲을 이룰지 모를 이야기 씨앗들.지나오고 또 지나갈 삶을 비추는 기억소(記憶素).이 작은 씨앗주머니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것 아닐까''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