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는 하루가 다르게 급랭하고 있다.

생산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각종 경기지표 증가율도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경기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내년 상반기중 소저점을 통과,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민간연구소들은 생각이 다르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대비되는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고 있다.

◆ 위축되고 있는 실물경제 =무엇보다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소비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도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지난 7월부터 한자릿수(8.3%)로 떨어졌다.

지난 9월엔 6.1%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1.4분기 14.4%, 2.4분기 12.4%, 작년 한해 13.0%의 절반에 불과했다.

현재의 가계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도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100선 밑을 맴돌고 있다.

소비자평가지수 100 이상이면 가계생활이 6개월 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대면 나빠졌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가 지난 9월엔 80.0까지 추락했다.

소비급랭현상은 휴대용전화기 승용차 등 내구소비재 소비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월의 경우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 23.5%로 7월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보였다.

급격한 소비둔화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공산이 크다.

국내총생산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정도라는 재정경제부의 설명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생산 설비투자 등의 증가율도 둔화추세가 완연하다.

생산은 지난 1.4분기엔 전년동기대비 23.4%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 9월엔 15.1%로 내려앉았다.

설비투자증가율은 지난 1.4분기 57.3%에서 지난 9월엔 18.9%로 떨어졌다.

건설투자는 9월중 국내건설수주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4% 감소해 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있고 공업용 건축허가면적은 6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도 큰 걱정거리다.

지난 3일 부실기업 무더기 퇴출판정으로 5만명의 신규실업자가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내달엔 실업률이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4.1%까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내년 경기는 어떨까 =한성택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착실히 추진해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면 소비.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성장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도 경기정점 논쟁이 있긴 하지만 정부가 볼 때는 내년 상반기가 경기 소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간기관인 LG경제연구원은 "경기하강압력이 소비의 침체에 의해 발생했을 경우 경기하강국면이 유난히 길며 그 회복기간도 무척 오래 걸린다는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라면서 "이는 우리경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장기성장률이 4%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