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대로 꼬인 미 대선의 해결사는 누구일까.현재로서는 없다.

''완전중립''을 주장할 수 있는 실체가 미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팜비치 등 수작업 검표를 하고 있는 카운티들에 대해 "14일 오후 5시까지 선거개표 결과를 주정부에 보고해야 한다"고 선언,사실상 수작업 재검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 주무(州務) 장관만 하더라도 조지 부시 후보가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치를 때 선거운동원으로 일할 정도의 골수 공화당원이다.

"천재지변 등을 제외하곤 마감시간 연장을 할 수 없다는 플로리다 주법을 재확인한 것일뿐"이라는 게 해리스 장관의 주장이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법원의 방망이''를 해결사 내지는 중재자로 떠올릴지 모르지만 이것도 우리네 사정과는 다르다.

앨 고어 후보 지지 지역의 수작업 재검표를 중지해달라는 공화당의 청원을 기각한 도널드 미들브룩스 판사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민주당 사람이다.

판사들이 공화·민주로 갈려 있는 미국에서 어떤 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라도 ''완전 무균질''로 취급되기는 어렵다.

이같은 사정은 언론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지들은 이미 선거이전에 사설을 통해 고어 지지를 선언했다.

선거 후에도 이들 언론의 사설과 여론광장 페이지들은 고어의 입장을 지지하는 색채가 농후하다.

사실을 중시하는 일반기사까지도 행간의 미세한 부분을 파고들면 역시 완전중립의 위치에 선 기사는 별로 없다.

TV 등 언론에 비친 시민들의 반응도 완전중립적 위치에 선 사람은 거의 없다.

겉으로는 편견이 없는 것처럼 말들을 하고 있지만 잘 들으면 공화·민주로 갈려있는 것을 읽을 수 있다.

현재 미국에는 ''중립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집 규정''이 있는 바둑은 어떤 경우에도 승부가 갈린다.

하지만 이번 선거같은 특수한 경우를 겪어보지 못한 미국인들이 ''반집''같은 해결사의 묘미와 필요성을 챙겨봤을 리 없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