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여성기업인으로 꼽히고 있는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HP) 회장이 곤경에 빠졌다.

피오리나 회장은 13일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2000기업회계연도 4·4분기(8~10월) 경영실적과 함께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인수에 실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HP주가는 전날보다 13% 추락한 34.1달러에 마감됐다.

HP는 이 기간 중 주당순이익이 41센트(순익 9억2천2백만달러),매출은 1백33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17% 늘었지만 주당순이익은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1센트를 크게 밑돌았다.

HP의 이같은 발표는 미국 경영잡지 포브스지(誌)가 3년 연속 ''가장 존경받는 여성기업인''으로 선정한 피오리나 회장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피오리나 회장은 지난해 7월 CEO취임 당시 "시장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수익증가를 보장한다"고 공언했고 지난 1년여간 시장으로부터 합격점수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모든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힌 피오리나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원망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비용이 예상을 초과하고 유로화가치가 하락했으며 PwC인수를 너무 오래 끌었다"고 실적둔화 배경을 설명했다.

PwC인수는 HP를 단순제조업에서 종합 정보기술(IT)업체로 변신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피오리나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HP주주들은 "1백80억달러에 달하는 인수가격을 보상해줄 만큼 수익을 내줄지 의문"이라며 PwC인수에 반기를 들었다.

피오리나 회장이 주주들을 설득하는 동안 HP주가는 인수설이 처음나온 여름 이후 반토막이 났다.

이와 관련,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IT업체로의 변신을 호언해온 피오리나 회장이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주주들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PC의 대안으로 고려해온 서버시장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선점당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HP가 컨설팅업체의 인수가 불가능해지자 스카우트를 통한 컨설팅 인력확충을 시도하고 있으나 PC전문 컨설턴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전망이 어둡다고 평가했다.

이어 PC시장 신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피오리나 회장이 판매인력을 크게 늘림으로써 순익감소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HP의 첫 여성총수인 피오리나 회장이 이 시련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