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봐도 TV를 켜도 온통 미국 대통령선거 일색이다.

조지 부시와 앨 고어.

두사람은 대조적이다.

정당이 다르고 정책이 다른 것만은 아니다.

패션도 판이하다.

전당대회나 TV토론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부시와 고어 모두 정장을 입었다.

짙은 감청색 양복에 흰색 드레스셔츠,붉은 넥타이차림이었다.

감청색은 차분하면서도 청빈하며 신뢰감을 준다.

흰색 드레스셔츠는 감청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붉은 넥타이는 확고한 신념과 활력 넘치는 패기를 나타낸다.

한국에서도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때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언뜻 보면 부시나 고어가 같은 차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부시의 옷은 투버튼이고 고어는 쓰리버튼이나 하이 투버튼이다.

부시가 입은 투버튼 수트의 경우 상의 첫번째 단추가 배꼽선까지 내려와 V존(수트칼라 셔츠칼라 타이로 생기는 V자형 가슴부분)이 길고 넓게 만들어진다.

40∼50대 중년층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안정을 지향하고 보수적인 공화당 성향에 맞다.

고어는 첫번째 단추가 가슴선까지 올라온 하이투버튼이나 쓰리버튼 수트를 입었다.

V존은 짧고 길다.

신세대 감각의 최신유행 디자인이다.

고어는 V존을 달리 해 부시보다 젊고 진보적인 후보임을 강조했다.

부시와 고어의 패션은 장외 유세때 더욱 차별화됐다.

부시는 캐주얼차림을 외면했다.

공식행사때 입었던 정장을 고수했다.

선거 후반전에 붉은색 대신 검은색에 작은 체크가 들어가거나 파란색에 하얀 물방울 무늬의 넥타이를 매기도 했다.

그러나 정장을 벗지는 않았다.

토크쇼인 ''오프라윈프리쇼''에서 보여준 은빛이 살짝 도는 보라색 넥타이가 최고의 멋내기였다.

고어는 다양한 패션을 보여줬다.

정장을 입더라도 부시의 넥타이보다 밝고 환한 색상을 골랐다.

캐주얼차림도 즐겼다.

대학병원을 방문할때는 카키색 상·하의에 노타이 차림이었다.

필라델피아의 한 식당에서는 베이지색 바지에 자주색 티셔츠를 입었다.

노동자들의 표심을 훑기 위해 붉은색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공장을 찾기도 했다.

고어가 캐주얼차림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에 친근감을 주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훤칠한 키에 미식축구 농구 등으로 다져진 단단한 체격,호남형 얼굴….

그러나 콤플렉스가 있었다.

완벽해 보이는 용모와 능수능란한 언변이 오히려 짐이 됐다.

''잘난게 화근이 될 수 있다''고 참모들이 조언했다고 한다.

그래서 고어는 양복보다 캐주얼셔츠를 입었다.

감청색이 아닌 카키색을 택했다.

남부 사투리를 자주 섞었다.

옷차림과 말투를 통해 ''보통사람''임을 내비친 것이다.

부시는 ''안정지향''이미지를 심으려고 애를 썼다.

끝까지 정장을 고수했다.

보수적이고 심지 굵은 공화당상을 강조했다.

누구의 ''옷차림''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옷차림이 경선요소의 하나임이 또다시 증명됐다는 점이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