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어 큰 걱정이다.

이번 경기하강은 일과성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한 취약한 국제경쟁력에다 고유가를 비롯한 외부요인들이 덧붙여진 결과라고 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제는 경기정점 통과여부 또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괴리 등에 관한 논쟁은 의미가 없고 장기불황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본다.

얼마전 9월 산업동향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정부는 추석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축 등 일시적인 요인 탓이라고 애써 낙관했으나,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고 이달 들어서는 수출입 증가율마저 크게 둔화되는 등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게다가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신용경색도 여전한 형편이다.

아직도 정부는 구조조정을 끝낸 뒤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개혁과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를 상당부분 잃었다는 점이 큰 문제다.

3년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며 일치단결했던 분위기를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그동안의 크고 작은 비리사건으로 인한 실망과 위화감 말고도 개혁일정이나 투입자금 규모가 오락가락하는 등 정책혼선이 잦았고 방향제시도 확실하지 않았던 탓이다.

그 결과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불신감이 팽배해졌다.

급속한 소비심리 위축도 이런 상황 탓이 크다고 풀이된다.

실제로 도소매판매 증가율은 이미 지난 7월부터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9월에는 지난해나 올초의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이렇게 소비가 급속히 줄어듦에 따라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가 더욱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대로 가면 자칫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은 우선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소비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들을 신속히 단행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 추진, 엄격한 부실책임 추궁, 집단이기주의적 반발에 대한 원칙고수 등이 망라돼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당연히 우리경제의 대외신뢰도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근거없는 낙관론을 펴면서 임기응변식의 자세로 일관한다면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중남미처럼 주기적으로 경제위기에 시달리거나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