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소속 21개 회원국들은 13,14일 브루나이에서 각료회담과 정상회담 사전회의를 갖고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시기와 헤지펀드 모니터링 체제구축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이견 조정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15,16일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이 두가지 ''현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지는 불투명하다.

◆ 뉴라운드 출범시기와 의제 =의제와 관련, 회원국들은 포괄적인 접근을 하자는 쪽과 점진적인 접근을 하자는 쪽으로 갈린다.

포괄적인 접근을 하자는 한국과 일본은 광범위하게 의제를 선정한뒤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투자와 반덤핑제도 개선 등을 새로운 의제로 취급해야 한다"면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회원국 상호간 양보를 얻어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국가는 "12,13일 이틀간 열린 각료회담에서 공동선언문에 ''내년부터 뉴 라운드 협상을 시작한다''는 문구를 넣지 못했다"면서 "WTO 뉴 라운드 협상을 빠른 시일내에 시작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타결됐다"고 말했다.

또 뉴 라운드의 영역과 관련, 앞으로 회원국들이 다룰 의제가 WTO 전회원국의 이해와 우려를 반영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히고 충분한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점진적 접근''을 주장하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은 "농산물 등 모든 의제를 합의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합의가 가능한 공산품부터 단계적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협상을 먼저 시작한뒤 이견이 있는 것은 추후 협상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헤지펀드 모니터링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APEC 서울포럼에서 회원국들의 동의하에 제안한 내용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은 "APEC 차원에서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늦어 잠재적인 외환위기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은 외환위기를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이 먼저 이 체제를 구축한뒤 전체 APEC 국가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브루나이=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