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의 반란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대선 결과가 혼미를 거듭하자 어느 한쪽이 선거인단수 확보에서 이기고도 대통령에는 당선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말해 대통령 선거인단이 오는 12월18일 최종선거에서 반대쪽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거인단들 중 골수 공화 또는 민주당원이 아닌 사람들이 당초 지지했던 후보에 대해 환멸을 느껴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과거에도 몇 번 이같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대선결과가 바뀐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후보가 선거인단을 거의 양분하고 있기 때문에 한두 표의 이탈만으로도 당선자가 뒤바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같은 가능성은 플로리다에서는 부시가,뉴멕시코와 오리건에서는 고어 후보가 이긴 것으로 확정될 경우 매우 높아진다.

이때 부시는 2백71명,고어는 2백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된다.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수는 전체(5백38명)의 과반수(2백70표 이상)다.

내달 18일 공화당 선거인단 중 3명만 고어에게 표를 던져도 결과는 부시 2백68 대 고어 2백70표로 고어가 대통령이 된다.

2명이 고어쪽으로 돌아서면 2백69 대 2백69표로 동수가 돼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현재 주법에서 선거인단이 자당의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주는 24개.

그러나 이중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한 선거인단을 제재하는 주는 5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선거인단이 자당 후보에게만 투표토록 규정하고 있는 일부 주법은 위헌이라는 게 법학자들의 견해이다.

따라서 각 주의 선거인단은 법적으로는 당적에 관계없이 어떤 후보든지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상당수의 선거인단들이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하라는 유권자들의 전화세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거인단에 의한 투표 반란''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