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삼총사가 미모를 떨치며 대활약한다"

코믹액션 "미녀삼총사"(Charlie''s Angels)의 요약은 이것으로 족하다.

사설 수사기관의 미녀요원 3인조(카메론 디아즈,드류 베리모어,루시 리우)가 컴퓨터 천재가 도난당한 소프트웨어를 추적하며 밝혀지는 음모나 반전따위는 사실 무의미하다.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주인공들을 빛낼 도구다.

미스테리는 술술 풀리고 위기도 긴장감이 없다.

플롯의 얄팍함을 가리려는 위장도 하지 않는다.

영화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매력만점인 여배우들과 그들이 보여주는 호쾌한 액션을 앞세워 신나는 오락을 제공하는 일이다.

그리고 목표에 정확히 도달한다.

MTV 스타일의 현란한 화면과 흥겨운 테크노 음악에 포장된 미녀삼총사의 활약은 남녀노소모두에게 충분한 오락거리다.

디아즈의 눈부신 웃음에 녹고,베리모어의 육감적인 입술에 취하고,리우의 도발적인 눈초리에 홀리고 나면 앞뒤없는 전개에는 관대해진다.

숱하게 얻어터지고 나가떨어지기를 마다하지 않는 배우들의 액션연기도 대단히 즐겁다.

늘씬한 디아즈가 환상적인 발차기로 적을 KO시키거나,풍만한 베리모어가 의자에 묶인채 장정 예닐곱을 때려뉘거나,탄탄한 리우가 쇠사슬을 쌍절봉처럼 휘두르며 킬러의 목을 졸라대는 모습은 통쾌하고 유쾌하다.

70년대 중반 인기를 누렸던 동명의 TV시리즈를 영화화한 "미녀..."는 할리우드에 TV물들을 극장용으로 재생산하는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만들어졌다.

콜럼비아는 4년전 "미녀..."를 택했고 뮤직비디오와 CF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믹(McG)감독과 손을 잡았다.

감독은 빠르고 화려한 화면속에 친숙한 명장면들을 적절히 배치했다.

도입은 "007"에서 따왔고 변장가면이나 적진침투는 "미션 임파서블"을 빌렸다.

액션은 "매트릭스"를 참조했고 해변씬에서는 "베이 워치"의 이미지를 풍긴다.

캐릭터들에 부여된 코믹한 개성이나 "요즘은 TV시리즈가 영화로 너무 많이 만들어져"라며 투덜대는 귀여운 유머도 웃음을 준다.

다만 중간보스역인 빌 머레이도 무척 재미있을 뻔 했지만 역할이 너무 묻혀버려 아쉽다.

촬영은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탔던 러셀 카펜터가 맡았다.

뉴욕타임즈가 "눈에는 즐거우나 지적향기를 조금이라도 내기가 그리도 어려웠던가"고 평한 것을 비롯해 평단에서 높은 점수를 받진 못했다.

하지만 눈만큼은 확실히 즐겁게 해주는 영화는 개봉후 가볍게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2주째 선두를 지키고 있다.

25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