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증가가 둔화되면서 재고가 쌓여 제지업 재고·출하비율(재고지수/출하지수 비율)이 9월 들어 상승했다.

종이류 성수기에 진입하는 9월 지수가 불안한 것은 수급 호전을 낙관할 수 없게 한다.

재고·출하비율이 높으면 재고가 누적되어 가격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세를 이어왔던 종이류 가격은 서서히 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12월결산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제지 17개사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이 1·4분기 10.8%, 2·4분기 9.9%에서 3·4분기에는 7.2%로 낮아졌다.

가격은 정체한 반면 투입 원재료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3·4분기의 매출액대비 매출원가율은 83.4%로 2·4분기 80.8%보다 높았다.

그나마 가격 강세가 유지되고 있는 골판지원지업체들의 이익률은 양호하지만 골판지상자 회사들의 이익률 하락으로 내년에는 가격 인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와 달리 제지업에 대한 설비투자 규모가 작아 공급측면에서 충격을 줄 요인이 적은 점이다.

96∼98년 같은 심각한 공급과잉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은 설비 퇴출은 수급 조절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제지회사들은 진행되고 있는 공급과잉에 대처하기 위해 조업일수를 조절해 재고를 조절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 홍콩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국내 판매가격이 급속하게 하락하지 않게 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종이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02년에는 수급 호전이 예상되고 종이류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따라서 제지회사에 대한 투자는 장기매수 관점에서 접근해야할 것 같다.

주가를 대체로 좋게 보는 것은 연초부터 하락한 것이 내년 경기둔화를 미리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지업체들의 주가는 주당순자산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회사가 많다.

투자유망한 제지회사로는 한국수출포장과 한솔제지를 꼽을 수 있다.

한국수출포장은 굴곡없는 안정된 경영을 바탕으로 골판지업계 구조재편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골판지원지에서 상자까지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한솔제지는 전주공장과 한통엠닷컴 지분 매각으로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추가 구조조정에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최기림 < 대우증권 조사부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