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 숙명여대 교수 / 경제학 >

지난주 한국경제신문은 ''다시 실업이 문제다''라는 시리즈를 통해 현재 실업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해 주었다.

그러나 코 앞의 실업문제에 집착하여 퇴출시켜야 할 기업을 퇴출시키지 못하고, 또 정리해고해야 할 노동자를 정리해고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큰 실업대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IMF 경제위기가 터지고 3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대량실업을 염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구조조정을 아직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구조조정과 기업퇴출로 대량실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는 구조조정의 강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옥석(玉石)을 가려 죽일 것은 죽이고, 살릴 것은 살리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경쟁력이 향상되어야만 일자리가 창출되어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실업문제만을 해결하는 것은 쉽다.

실업자를 모두 한강 고수부지에 불러서 하루는 구멍을 파게 하고 다음날은 그것을 다시 덮게 하면 모든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나눠줄 수 있어 실업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이 쓸모없는 사업에 소중한 자원이 낭비되면 결국 우리 모두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퇴출시키지 못한 부실기업과 정리해고하지 못한 근로자에게 투자하는 것은, 경쟁력 없는 사업에 자원이 낭비된다는 점에서 구멍을 파고 덮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물론 기업을 퇴출시키고 구조조정하는 것은 대기업.노동자.정부 모두에 고통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부실사업은 암세포와 같다.

빨리 제거하지 못하면 우량사업으로 부실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고통스럽지만 암세포 제거수술을 받아야 된다.

당장 진통제로 고통을 잊을 수는 있겠지만 암세포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

한보와 기아의 처리를 미루어 금융권이 부실해지고, 결국 우량기업까지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IMF 경제위기에 이르게 된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기업들은 한화의 구조조정 성공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한화는 자기 뼈를 깎는 심정으로 알짜기업을 판 뒤 부채비율을 97년 1천2백14%에서 99년 1백32%까지 줄였다.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3천2백69억원에서 4천5백1억원으로 늘렸다.

대기업이 이와 같은 고통분담 없이 어떻게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노동계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것은, 현재의 퇴직대상 근로자만 일시적으로 보호할 뿐 장기적으로 전체 근로자를 보호하는게 아니다.

퇴직해야할 근로자가 퇴직하지 않기에 유능한 신규 인력이 일자리 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근로자가 더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17일자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노동계는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것보다,정리해고된 근로자의 생계유지 지원과 재교육.취업알선을 통한 효율적 재취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당장 급한 불만 끄고 어려운 문제는 다음 정권과 후임자에게 미루려고 하면 안된다.

당장은 퇴출기업과 퇴직자의 원성을 사더라도, 국가 전체의 장래를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어려운 구조조정을 완성해야 한다.

그들의 원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관료와 정치가도 역시 퇴출시켜야 한다.

대량실업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구조조정을 못한다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다.

앞으로 다시는 대량실업을 우려하지 않기 위해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