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의 해외 CB(전환사채) 및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조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격을 최대 액면가까지 낮춰준다고 약속해야만 소화가 가능할 정도다.

기업들은 주가하락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져 어쩔 수 없이 이같은 조건도 수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환가격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전환청구 때 발행해야하는 주식수가 증가,주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19일 코스닥증권시장(주)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청람디지탈 비테크놀러지 골드뱅크 에스오케이 파워넷 아이텍스필 바른손 등은 지난달과 이달 CB 및 BW 발행계획을 공시하면서 주가하락시엔 전환가격을 최대 액면가까지 낮춰주기로 했다.

코스닥기업들이 그동안 전환가 조정한도를 통상 최초전환가의 40∼60%로 제한해 왔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불리한 조건이다.

기업별로는 에스오케이의 경우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1천만달러의 해외 CB를 발행키로 했다.

전환가격은 1만7천1백원(액면가 5백원).에스오케이는 CB 발행후 3개월후부터 3개월마다 주가추이에 따라 전환가격을 조정(리픽싱)하되 ''액면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명시했다.

부도 등 극단적인 상황만 아니라면 사채인수자들로선 주식전환에 따른 위험부담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파격적인 조건으로 CB를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한화증권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올들어 CB를 발행한 기업의 주가가 코스닥시장의 장기침체로 대부분 전환가를 밑돌고 있다"며 "액면가 수준까지 전환가를 조정하는 등의 조건을 붙이지 않을 경우 CB 인수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자금조달이 시급한 기업의 경우엔 이같은 조건이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리픽싱 조건의 지나친 양보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추후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해당기업에도 마이너스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원 기업금융제도팀 송경철 팀장은 "전환가 조정 횟수 등에 대한 지침은 있지만 조정한도의 결정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전환가격의 조정한도 등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