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정국이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할 수 밖에 없지만 사실은 모리 총리가 하루라도 빨리 퇴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모리 요시로 총리의 퇴진여부를 놓고 자민당이 극심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일본 증시관계자들의 입에는 한숨이 가득하다.

관계자들은 증시가 맥을 못추고 주가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 모리 내각의 무능과 이로 인한 정국혼란탓으로 여기고 있다.

모리내각에 대한 도쿄증시의 분노와 불만을 보여주듯 주가로 본 모리 총리의 성적표는 80년대 말 이후 최악이다.

일본경제에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80년대말부터 지금까지 역대 8개 내각 중 총리 취임전과 임기 최종일의 주가를 비교해 보면 모리내각은 하락률에서 톱이다.

취임 직전일인 지난 4월4일 닛케이 평균주가는 2만5백94.93엔이던 것이 지난 주말엔 1만4천5백44엔을 기록했다.

약 7개월 동안 주가 낙폭이 30%에 이른다.

전임자인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취임전 1만6천1백58엔이었던 평균주가가 재임기간중 27.46% 오른 것과는 너무도 현격한 차이다.

모리 이전까지 주가하락률이 가장 컸던 내각은 28%를 잘라먹은 가이후 도시키 총리 내각이었다.

그러나 가이후 내각은 버블경제 붕괴라는 초비상적 시기를 겪은데다 주가가 주저앉은데 걸린 기간도 2년여에 달했다.

모리 내각은 주가를 갉아 먹은 시간과 폭에서 모두 과거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모리총리 취임후 닛케이평균주가는 22회나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주가가 취임전일의 수준을 넘어선 것은 단 이틀뿐이었다.

8개 내각중 총리 취임전보다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임기가 끝난 내각은 하타,무라야마,오부치내각 등 3번 뿐이다.

증권가에서는 ''증시야말로 민심을 비춰 주는 거울''이라는 말이 정설이다.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을 표로 심판한다.

그러나 증시 투자자들은 주식값으로 정권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

국운을 좌우할 지도자를 뽑는 과정에서도 파벌싸움과 정치적 이해로 일관하는 집권여당에 대해 투자자들은 이미 하한가를 매겨놓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