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체인 태평양은 올해 주식시장의 ''히트상품''으로 꼽힐 만하다.

경기방어주,실적우량주,외국인 선호주 등 좋은 수식어는 모두 달고 다녔다.

이에 힘입어 연초 1만9천5백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3만원선 전후를 넘나들고 있다.

20일 종가는 2만9천3백원.지난 1일에는 신고가(3만5천3백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초대비 반토막난 것과 대비된다.

태평양이 잘나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실적호전이 두드러진다.

이 회사의 올 3·4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6천8억1천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액 6천8백39억8천9백만원의 87.8%에 달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과 경상이익은 벌써 지난해 연간 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순이익은 6백50억원,경상이익은 9백80억원에 달했다.

재무구조도 자랑할 만하다.

부채비율은 84.9%,유보율은 7백47.8%인 반면 금융비용부담률은 1.2%(이상 반기기준)에 불과하다.

갚을 돈은 적은 반면 여윳돈은 꽤 많다는 얘기다.

안되는 사업을 서둘러 정리한 것도 구조조정기에 호재가 되고 있다.

이 회사는 91년부터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서 올해 태평양생명과 동방커뮤니케이션을 각각 매각함으로써 골칫덩어리를 없앴다.

태평양생명은 지난 4월 동양그룹 및 로스차일드 컨소시엄에 피인수됐는 데 이로써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없어져 투자메리트를 증가시키고 있다.

돈이 부실기업에 새나가지 않기 때문에 영업외수지가 개선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노력덕택에 외국인들이 ''사자''에 동참했다.

연초 14%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27.82%로 급증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순조로운 항진을 계속할 지는 미지수다.

주가가 ''고공행진''을 한탓에 숨고르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급격한 실적호전 추세도 수그러들고 있다.

LG투자증권 송계선 애널리스트는 "태평양은 최근 3개월새 종합주가지수 대비 90%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추가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특히 경쟁심화에 따른 판매촉진비 및 관리비 증가 등에 따라 3분기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줄어들었다"며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기적으로 ''매수''를 유지하나 단기적으론 ''보유''로 투자의견을 낮춘다"고 강조했다.

굿모닝증권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화장품시장이 이미 성숙해 있어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