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20일 자구안을 확정 발표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과연 이로써 현대건설이 독자회생할 수 있겠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이날 현대건설의 자구안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재출자에서부터 친족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지원까지 담고 있다.

현대그룹으로서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망라한 그야말로 ''최종카드''인 셈이다.

현대건설로서는 앞으로 더 이상 손을 내밀 곳이 없는 만큼 이번 자구안을 토대로 기사회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그룹은 이날 발표한 자구안이 차질없이 이행되면 현대건설이 독자적으로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이 현재 회사채를 자체 발행할 수 없는 투자부적격인 점을 들어 자금난을 완전히 해소하려면 앞으로도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이 갚아야할 만기도래 대출금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현대그룹 입장 =자구안이 계획대로 이행되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만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일 현재 5조8백억원인 부채가 올해 말에는 4조1천억~4조2천억원, 내년 상반기까지는 4조원 이하로 줄어드는 만큼 올해 6천4백억원인 금융비용이 내년에는 5천3백억원대로 줄게 된다는 것이다.

정몽헌 회장이 밝힌 현대건설의 올해 영업이익은 7천3백억원이다.

현대건설은 국내및 해외공사 수주잔고가 21조9천5백억원(9월말 현재)에 달해 평균 86%인 원가율을 적용할 경우 앞으로 3년동안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내년에만 매출 7조5천억원에 영업이익은 8천5백억원에 달해 내년 금융비용을 거뜬히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 자금운용이 관건 =현대건설의 만기도래 대출금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많다.

올해 만기도래 대출금은 7천억원이었지만 2001년은 무려 3조4천9백억원에 이른다.

올해 만기도래분도 채권단에서 대부분 1년 이내로 만기를 연장해 주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 4조2천억원 정도를 갚아야할 처지다.

현대건설측은 이를 처리하려면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를 차환발행하거나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BBB-)이어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는데 있다.

현대그룹은 이에 대해 자구안이 이행되면 신용등급도 투자적격으로 올라가 회사채를 정상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신용평가회사들은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자구노력에 따른 차입금 축소가 회사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보아가며 판단할 일"이라며 신중한 자세다.

또 소수의 A급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에만 관심을 두는 현재와 같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국면이 지속될 경우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더라도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을 가능성도 크다.

◆ 금융기관의 만기연장이 변수 =이같은 자금사정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의 유동성문제는 당장 연말까지는 물론 내년 이후에도 금융기관들이 만기연장을 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건설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오는 12월 채권단회의를 열어 기존 대출금의 추가 연장과 신규 자금지원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때까지 현대가 얼마나 실효성있게 자구안을 이행하느냐가 결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