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은행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앞다퉈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인정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순위채의 금리는 일반 정기예금보다 2-3%포인트나 높다는 점에서 수익성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후순위채 발행 현황 =주택은행은 지난 7일 만기 5년3개월인 후순위채 1천억원어치를 판매한데 이어 20일 또다시 만기 10년짜리 후순위채 2천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로써 주택은행은 올해만 모두 7천억원을 후순위채 발행으로 조달하게 됐다.

이미 3천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하나은행도 지난 10일부터 2천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추가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1천5백억원을 판매완료해 올해 모두 3천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농협도 지난 15일부터 1천5백억원어치를 판매하고 있어 올해 모두 3천6백억원 어치를 발행하게 된다.

지난 8월말 3천억원어치를 판매한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5천억원어치를 발행해 놓은 상태다.

◆ 후순위채 발행 이유 =은행고객이나 주식투자자들이 무작정 BIS 비율이 높아야 좋은 은행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BIS 비율은 예금이 많을수록 낮아진다.

따라서 예금부분보장제를 앞두고 예금이 급증하고 있는 우량은행들로서는 사전대비 차원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측면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9월말 기준 BIS 비율이 12.8%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에도 연말의 수신 증가를 우려, 1천5백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주택은행도 지난 10일 1천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판매해 BIS 비율을 10.5%까지 끌어올렸지만 연말에는 이를 11%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 수익성 악화 우려 =통상 후순위채 발행 금리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2∼3%포인트 높게 발행돼 향후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올해 우량은행들이 발행하는 후순위채 규모가 2조5천억원어치임을 감안하면 많게는 8백억원에 육박하는 추가금리를 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후순위채의 고금리는 은행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동걸 박사는 "이제 우리나라 은행들도 BIS 비율보다는 ROA(총자산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를 높이는 쪽으로 경영방침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택은행 고위 관계자는 "BIS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은행이 자산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일반 고객들은 BIS 비율이 높은 은행이 무조건 좋은 은행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