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기업이 위기극복에 실패하는 과정을 설명할때 흔히 ''CRIC''라는 용어가 쓰인다.

이는 ''위기도래(Crisis)→경제주체의 대응(Response)→상황의 개선(Improvement)→위기를 잊는 자만감(Complacency)→다시 위기도래''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8월 취임직후 ''CRIC''에 유의할 것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경제는 지난 97년 한보 기아 등 내부문제와 동남아 위기 확산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위기를 맞았다.

곧바로 경제난국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국민들은 소비억제와 금모으기로 호응했다.

98년1월 뉴욕 외채협상 타결, 4월 외평채 발행성공 등으로 위기(환란)의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기반이 흔들리고 실업자가 2백만명에 육박했으며 은행 기업의 무더기 퇴출사태도 겪었다.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위기에 조심스레 대응했다.

98년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의 성과가 나타나 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경제전반이 급속히 호전됐다.

작년 초엔 드디어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올라 ''IMF 졸업''을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경제회복을 구가했다.

이는 경제주체들의 자만을 불러 왔다.

과소비가 고개를 들고 저금리와 경기부양책, 대우사태의 처리지연 등으로 구조조정 속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경제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제2의 경제위기를 걱정한다.

따라서 부실 기업과 금융기관을 퇴출시키고 이익을 내는 구조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철저한 구조조정만이 ''CRIC''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수단인 셈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