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화동에 있는 우진유압기계 김익환(42)사장은 올 2월 이탈리아의 제프랑사로부터 "투자를 하고 싶다"는 편지를 받았다.

세계적인 반도체 가공회사인 제프랑사가 플라스틱 사출성형기를 만드는 한국의 중소기업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건 당시 업계에 화제였다.

제프랑사는 우진유압기계를 어떻게 알았고 왜 투자를 희망한 것일까.

그건 우진유압기계가 개발한 전동식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때문이었다.

전동식 사출성형기는 전기모터와 드라이브 중앙처리장치(CPU)를 연결시켜 플라스틱 제품을 찍어낼 때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게 특징이다.

유압모터를 사용하는 유압식 사출성형기는 온도변화에 따라 1∼2㎜정도의 오차가 생기는 반면 전동식 사출성형기는 오차가 0.01㎜이내다.

제품 오차가 낮은 만큼 생산성도 3배 이상 높아졌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동안 일본기업만 만들었던 전동식 사출성형기를 우진유압기계가 개발해내자 제프랑사는 재빨리 합작을 제의했다.

제프랑사는 유럽에서도 전동식 사출성형기가 인기를 끌 것에 대비해 우진유압기계에 ''한수 가르쳐달라''는 제안을 한 셈이다.

사실 전동식 사출성형기는 유압식에 비해 2배 이상 비싸지만 뛰어난 성능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수요의 절반이상을 전동식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시장도 현재 20%정도가 전동식인데 그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진유압기계는 지난95년부터 전동식 사출성형기 개발에 착수했다.

김 사장은 해외 전시회에서 일본 제품을 처음 접하고 시장의 트랜드를 읽은 것.그는 일본 기계를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나중엔 일본산 보다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냈다.

특히 모터와 구동장치를 팬벨트 대신 기아박스로 연결한 것으로 특허기술도 따냈다.

김 사장은 사출성형기 업계에선 신화적 인물이다.

14년전인 28세의 나이에 전셋돈 3백70만원을 빼서 서울 신도림동에 공장을 차리고 혼자 사출성형기를 만들어 팔았다.

그때 처음 만들었던 사출성형기 1호는 2년전 공장화재로 불타 없어졌지만 10년 넘게 애프터서비스 한번 없이 잘 돌아갈 정도로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매출 4백억원대의 탄탄한 중소기업 대표이지만 김 사장은 혼자서 밤새 기계를 조립하던 그 때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기술로 말해야 합니다.시장 트렌드를 남보다 먼저 읽고 새 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지요"

김 사장은 전동식 사출성형기에 이어 내년 6월엔 LCD용 백라이트 사출성형기를 내놓기 위해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032)867-7700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