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들어 동남아시아 통화환율이 정치권의 뇌물사건과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불안한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20일 현재 태국 바트화와 필리핀의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각각 44.3바트, 49.8페소로 연초대비 19.3%, 24.5%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달러당 9천4백60루피아로 연초대비 31.1%나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제2의 동남아 통화위기를 우려하는 시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들어 국내외환시장에서도 원화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동남아 통화불안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전염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접국의 통화불안이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구조를 얼마나 유연하게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다.

다행인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9백36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동남아 통화불안이 전염될 단계는 아니다.

문제는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될수록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우리나라를 동남아와 동일시하는 시각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이 경우 국내에 유입된 외자가 이탈되면서 외환보유액이 감소되고 그만큼 동남아 통화불안의 전염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97년 10월 이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당하게된 직접적인 원인도 국제금융시장에서 동남아와 동일시되면서 동남아 통화불안이 전염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남아 통화불안이 전염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확충하고 구조조정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 마무리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동남아와 다르다는 차별적인 인상을 심어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