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에 따라 주식,주가지수선물,금리가 춤을 춘 하루였다.

장중 환율이 1천1백72원까지 급등하자 주가와 선물가격은 곤두박질쳤고 금리는 치솟는 모습이었다.

검찰총장탄핵을 둘러싼 정국불안까지 겹쳐 시장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 조짐이 아니냐"나는 극단적인 불안심리마저 돌출했다.

게다가 21일은 3년전인 지난 97년 임창렬 전부총리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키로 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발표한 날이다.

시장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과거 IMF직전과 같은 순매도 추세가 아니라도 환율불안은 그나마 기댈 언덕이었던 외국인의 매수세를 급격히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외국증권사 창구모습=장초반 외국인은 소폭의 순매수를 보이다 환율이 급등하자 순매도로 돌변했다.

결국 이날 4백76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특히 국민은행,주택은행등 은행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

국민은행은 외국계인 엥도수에즈 WI카증권 창구를 통해 1백40만주의 매도물량이 흘러나왔다.

주택은행은 메릴린치증권 창구등으로 매도됐다.

김기태 엥도수에즈 WI카증권 영업담당 이사는 "그동안 우량은행주를 매수했던 탓에 일부 차익매물이 나왔다"며 "하지만 주가상으로 크게 이익을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환율급등세에 매물을 던진 것같다"고 전했다.

반면 이정자 HSBC증권 지점장은 "외국인이 최근 원·달러환율 움직임에 대해 크게 우려할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다"며 "한국주식을 매매하면서 환율추이에 관해 심각하게 관심을 보인 외국인은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불안한 선물시장,채권시장=주가지수 선물가격은 장중 한때 3% 이상 떨어졌다.

급락세로 프로그램매매를 일시 중지시키는 시장조치인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장초반에 1천계약 이상의 선물을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환율이 급등하면서 순매도로 급변했다.

대우증권 선물·옵션팀의 주제식 조사역은 "투기거래가 많았지만 보유하고 있는 현물주식에 대한 헤지성 매도분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수익률은 환율이 1천1백72원으로 뛰어오르자 연7.38%로 급상승했다.

◆과거 환율과 주가관계=환율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IMF구제금융 신청전후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원·달러환율이 9백14원이었던 지난 97년 10월1일 종합주가지수는 644.92였다.

하지만 환율이 1천8백50원까지 솟구쳤던 12월24일 종합주가지수는 351.45를 기록했다.

한편 외국인은 97년 10월 한달동안 9천6백41억원어치,11월엔 5천9백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향후 외국인 움직임과 증시=이정자 HSBC증권 지점장은 "IMF직전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환율급등이 기업들의 달러 결제자금 확보등 가수요에 따른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그는 "외국인은 동남아시장에서 경제구조 자체가 망가졌다는 인식으로 주식을 팔고있지만 한국과 동남아는 크게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시적인 가수요로 인한 비정상적인 환율급등세가 이어지면 환차익을 노릴 수 있어 오히려 한국주식을 사자는 외국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98년초 외국인이 대거 한국주식을 사들였던 것은 환율급등세가 꺾여 하락세로 돌아서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대목을 겨냥한 것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