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도산할 경우 제2의 금융위기는 필연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자금경색이 심화돼 유망한 벤처까지 도산할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희망인 벤처기업을 살리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윤영각(47) 삼정컨설팅 대표는 지난 3개월간 미국을 수차례 드나들었다.

미국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내 국내 벤처를 살리자는 생각에서였다.

시애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는 4번이나 찾았다.

윤 사장은 서류가방 가득히 제안서를 들고 "한국에는 유망한 벤처기업이 많다.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해서 윤 사장은 지난주 "KIVI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KIVI는 Korea Internet Venture Incubation의 약자로 국내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MS와 휴렛팩커드(HP), 인텔 등이 참여했다.

투자금액은 모두 2천만달러.

올해안으로 20여개의 유망 벤처기업을 선정해 자금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유망 벤처기업에는 MS의 소프트웨어, HP와 인텔의 하드웨어 등 각사의 첨단기술과 전세계 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윤 사장은 "MS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국내 벤처육성 프로그램에 선뜻 동참한 것은 한국 벤처기업의 높은 성장성을 주목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삼정컨설팅의 인큐베이팅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경제가 재벌중심에서 벤처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벤처육성 분야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쌓아 왔다.

삼정컨설팅을 주축으로 삼정회계법인, 서정법률사무소, 삼정인베스트먼트뱅크 등을 세워 벤처기업들에 자금지원, 경영컨설팅, 법률자문 등을 제공해 왔다.

여기에다 지난 3월에는 본격적인 벤처육성을 위해 인큐베이팅 전문회사인 사이버펄스네트워크를 세웠다.

사이버펄스네트워크 산하에는 실제 인터넷과 e비즈관련 기술지원까지 담당하는 별도 독립회사들이 포진해 있다.

"사이버펄스네트워크는 장기적으로 해외 네트워크까지 구축해 전세계 e비즈 벤처들을 육성하는 벤처인큐베이팅회사로 키울 생각입니다. 당장 일본의 대표적인 인큐베이팅회사인 인디고와 제휴해 양국 투자벤처기업끼리 상호교류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투자자와 벤처기업을 연결해 주는 미국의 오프로드캐피털과 합작으로 오프로드캐피탈코리아를 설립했다.

윤 사장은 "삼정컨설팅그룹이 한국 벤처산업을 이끄는 주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사장은 지난 72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후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시카고대 경영학석사, 듀크대 법학박사를 취득했다.

미국에서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으로 활약하다 지난 90년 귀국, 삼정컨설팅을 설립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