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는 헝클어진 넥타이만 남아있었고,구겨진 옷가지들이 고스란히 침대 옆에 떨어져 있었다. "가만,리타가 술을 따라주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마.맙소사!이게 뭐야!"

체스터는 마침내 자기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이 향기가 나는 이불 한장과 넥타이 하나 뿐이라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금융엔터테인먼트 사이트 "노튼힐"(www.notenhill.com)에 연재되고 있는 사이버 소설 "노튼힐사람들"의 한 대목이다.

현재 24회까지 진행된 "노튼힐사람들"은 투자전문회사인 노튼힐을 배경으로 증권가사람들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노튼힐사람들"은 전문작가의 소설이 아니다.

"노튼힐"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영미(25)씨가 연재를 맡고 있다.

"본격 증권소설이라기 보다는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증권.금융사이트를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연재하는 일종의 오락물입니다. 네티즌들이 재미있게 읽고 주식투자나 재테크에도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이씨는 지난 3월 미래랩의 인큐베이팅업체인 노튼힐에 공채로 들어갔다.

초기에는 기획팀에서 사이트 기획업무를 보다가 "화려한 글이력"이 알려지면서 소설연재도 겸임하게 됐다.

1998년에 한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재학당시부터 영화전문 월간지 "키노"의 모니터기자로 활동했고 PC통신에 사이버소설을 연재하기도 했다.

약국신문에 입사,2년정도 기자로 일했고 스포츠일간지에서 직장인 명예기자로 있으면서 문화전반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동창회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에 무협역사소설을 연재했고 영화관련 사이트에 영화평을 게재하고 있다.

"원래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노튼힐사람들"외에도 노튼힐의 임직원들 이름을 그대로 써서 "노든제국"이란 새로운 역사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사내 e메일로만 한정적으로 뿌리고 있는데 빨리 다음회를 보여달라고 임직원들에 협박(?)당하고 있답니다"

이씨는 원래는 순수문학도였지만 지금은 문화평론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특히 온라인 소설 등 사이버문화가 올바로 정착하고 제대로된 위상을 갖추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사이버상의 소설이 쉽게 읽히고 빨리 전파되는 대신 값없이 버려지고 함부로 매도당한다는 단점도 있지요. 인기를 얻으려면 약간의 엽기성과 빠른 전개,흥미위주로 진행돼야 합니다. 그 가벼움을 넘어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