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는 22일 원화환율의 급등을 ''대만달러 폭락에 자극받은 역외세력들의 달러매수 증가''로 요약했다.

많은 딜러들은 정부가 환율상승을 막을 의지가 없거나 약한 것같다며 장세판단의 무게중심을 추가상승 쪽으로 옮기고 있다.

◆ 왜 급등했나 =최근의 원화 환율 급등은 기본적으로 국내 정치 불안과 대만 등 동남아 통화 불안, 미 달러화의 강세 등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날 내림세를 보이던 원화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선데는 대만달러 환율 급등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만 외환당국은 시장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대만달러 환율이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32.5대만달러를 상향돌파했다.

이에따라 대만과 경제환경 및 주력수출품이 비슷한 한국 역시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환율상승을 용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내에 고조됐다.

폐장 때까지 역외세력들의 끊임없는 달러 매수주문과 국책은행 및 공기업들의 매도주문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으나 매수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달러 매수세력은 누구인가 =한 외환딜러는 역외선물환(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의 매수세가 주류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NDF 시장에서 실제 결제하기 위한 달러 현물 수요가 2억달러 이상이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환율 급등을 예상한 투기적 요소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역외세력의 성격이 투기적 거래보다는 환헤지(환율위험 회피)를 위한 거래가 대종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헤지와 투기를 구분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도 "역외세력의 투기적 외환 공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환율 더 오르나 =많은 딜러들은 대만환율이 올랐다는 점과 정부가 최근 보인 태도를 근거로 "정부가 환율상승을 용인하려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환율상승을 막겠다고 결심했다면 환율 10∼20원 정도는 쉽게 끌어내렸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1천1백80∼1천1백90원선까지는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는 1차 저항선은 1천1백85원, 2차 저항선은 1천2백20원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환율은 정부가 어느 선에서 강도높은 개입에 나서느냐에 달려 있다"며 "1천2백원까지 가면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만큼 그 수준까지 오르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말로 접어드는 내주초부터는 수출대금 입금 등으로 상승압력이 상당히 둔화될 전망이어서 지금 수준(1천1백7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투기세력이 기승을 부릴 경우다.

한 관계자는 "지난 97년의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파행 정국이 계속되고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한국정부가 방어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